북한이 개성공단까지 도발책동의 수단으로 삼고 나섰다. 언제라도 폐쇄하겠다는 오기다. 북한이 우리 근로자들의 출근 통로를 봉쇄한 3일 이후 정상조업이 되긴 하지만 우리 측 인원이 속속 귀환하는 대신 필수인력과 물자 반입이 막혀 관리부실에 따른 불량품 양산 등 부작용은 물론이고 가동중단도 시간문제다.
북한은 4년 전인 2009년 3월에도 키 리졸브 한ㆍ미연합 군사훈련에 반발해 우리 근로자들의 개성공단 출입을 수차례 차단한 바 있다.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도발에 대응해 우리 측이 개성공단 출입을 일시 금지하기도 했다. 그 이전에도 북측은 걸핏하면 공단 운영 관련 법규나 계약 무효, 신규투자 금지 등을 일방통지해 우리를 곤경에 빠뜨린 경우가 허다했다. 지금으로선 개성공단의 앞날을 장담할 수 없다. 이게 바로 개성공단의 치명적 한계다.
북한은 4일 미국을 겨냥해 “우리의 최고사령부가 내외에 엄숙히 천명한 대로 강력한 군사적인 실전 대응조치를 연속 취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런 사실을 백악관에 통보했다는 것이다. 중국 외교부는 남북 주중대사를 불러 자제를 촉구했다. 북한은 지난달 26일 천안함 폭침 3주기를 의식, ‘1호 전투근무태세’를 선언하더니 ‘전시상황’ 돌입을 선포했다. 엊그제는 영변의 핵 원자로 재가동도 천명했다.
이번 사태도 “우리의 존엄(김정은 지칭)을 더 이상 훼손할 경우 개성공단을 폐쇄하겠다”는 협박을 내놓은 지 나흘 만에 발생했다. 갖은 도발망동에도 외화벌이 수단인 개성공단은 손대지 않는다는 우리 측 일부 보도가 못마땅했던 모양이다. 개성공단까지 전쟁위협의 볼모로 삼고 나선 저의와 내막은 더 자세히 알 길이 없다. 다만 강경 군부와 공단을 관장하는 노동당 세력 간에 공단 운영과 폐쇄 여부를 놓고 갈등이 커지고 있다는 등 불안조짐이 역력한 것은 사실이다. 더 심각한 상황이 오지 않으리란 법도 없다.
개성공단이 갖는 상징성은 크다. 남북 간 화해협력의 대표적 산물이다. 나아가 평화통일의 최후 보루로 여겨지고 있다. 남북문제를 떠나 국제사회 역시 남북 대치상황에서 개성공단 공동운영을 주목해 온 터다. 그런 개성공단의 출입문을 북한이 제멋대로 여닫는 현실이 참담하다. 무엇보다 현지에 머물고 있는 수백명에 이르는 우리 국민의 안전이 최우선이다. 경제적 손실을 넘어 이들의 신변에 추호도 이상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김관진 국방장관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군사적 조치까지 취하겠다고 한 것은 적절한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