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ㆍ기아차가 미국에서 판매한 차량 190만대를 리콜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차량에서 브레이크를 밟아도 뒷면의 브레이크등이 켜지지 않는 결함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또 일부는 에어백이 구조물과 함께 떨어지는 문제가 드러나 리콜을 하게 됐다. 리콜은 차량 안전과 직결된 문제가 발생했다는 공개적 선언이다. 안전과는 무관했던 지난해 ‘연비과장’ 파문과는 비교할 수 없는 악재다. 그동안 현대차가 미국시장에서 힘들게 쌓은 인지도와 소비자 신뢰에도 일정부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지만 잘 대처한다면 오히려 이번 위기가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지난 2010년 도요타 사태의 재판이 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번 리콜은 도요타 경우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현대차는 관련 조사에 직접 참여해 결함을 인정한 자발적 리콜이다. 반면 도요타는 이를 숨기고 축소하는 바람에 걷잡을 수 없이 사태가 커진 것이다. 이 때문에 도요타는 회사의 존립이 위태로울 정도로 위기를 겪었고, 이를 회복하느라 애를 먹었다. 이를 반면교사 삼아 현대차는 겸허한 자세로 소비자를 배려하고 더 철저한 품질관리를 통해 글로벌 자동차 기업으로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현대차의 위기는 우리 자동차 산업의 위기이자 우리 경제의 위기다. 지난해 자동차 부문 무역흑자는 600억달러를 넘어섰다. 우리나라 전체 무역흑자가 285억달러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자동차 산업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대략 짐작이 갈 것이다. 세계 7대 무역강국의 지위를 확보하는데도 자동차의 힘이 컸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원화가치가 급격히 상승해 수출경쟁력이 눈에 띄게 약화되고 있다. 게다가 엔저 강풍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대표적 산업도 자동차다. 현대ㆍ기아차가 우리 자동차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인 만큼 이번 리콜 사태를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
이번 리콜을 둘러싸고 한국 자동차에 대한 미국의 견제가 본격화됐다는 분석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충분히 개연성 있는 지적이다. 현대차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5%에 육박한다. 신장속도도 매우 빠르다. 시장을 잠식당하는 미국 자동차 업계 입장에서는 리콜보다 더 노골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를 넘어서려면 경쟁력을 높이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다. 부품 하나하나에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경영 개선에 만전을 기해 품질과 가격 경쟁력 확보에 매진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