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8일 김양건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의 담화를 통해 “개성공업지구에서 일하던 우리 종업원들을 전부 철수한다”고 밝혔다. 또 “공업지구사업을 잠정 중단하며 그 존폐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며 일방통보하다시피 했다. 더 자극적인 것은 이후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전적으로 우리 측 태도여하에 달렸다며 공단의 존폐 여부까지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3일 우리 측의 공단진입을 일방 차단한 지 엿새 만에 되레 파국으로 치닫기에 이르렀다.
우리의 후속조치가 북한 수뇌부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개성공단은 영락없이 폐쇄될 위기에 처하게 된다. 2004년 첫 제품을 출하한 이래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이번 같은 일은 없었다. 남북 도로 및 철도 건설, 금강산 관광 사업에 이어 개성공단마저 무너지게 되면 그야말로 남북 간 화해의 산물은 흔적만 남게 되는 상황이 될지 모른다. 어처구니없게도 우려가 점차 현실이 되는 분위기다.
북측은 이번 결정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위임사항이라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최고 수준의 대남전략 차원의 결단이자 의지임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에 대한 압박을 한계상황까지 몰고 가겠다는 의도가 분명하다. 연간 8000만달러 이상의 외화벌이도, 5만명 이상의 근로자와 수십만명에 이르는 그 부양가족의 생계도 ‘최고 존엄에 대한 모독’이라는 자의적 판단 앞에서는 당장 내팽개칠 수 있음을 똑똑히 보여주겠다는 한심한 작태다.
북한은 이러한 막무가내 식 생트집과 막장언행이 자기모순을 대내외에 공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부터 알아야 한다. 북한 지도부는 김일성 김정일에 이르는 대물림 유훈사업을 극진히도 떠받들어 왔다. 특히 개성공단은 남북관계가 경색돼도 유지되어 온, 그야말로 김정일 유훈 사업의 상징물이다. 이러고도 6ㆍ15 공동선언 등을 차질 없이 이행하라 떠들고 걷어찬 유훈을 다시 거둬들일 수 있겠는가.
냉정하게 대처할 때다. 현지 우리 관계자들의 안전은 물론 철수 여부도 결정해야 할 단계다. 당장 긴급 경영안전자금 지원, 대출금 상환 유예 등 입주업체 피해 최소화가 중요하다. 다소간 피해를 감수하고라도 장기적 안목으로 볼 사안이다. 국제사회가 우리의 대응자세를 주목하고 있다. 우리 국민은 말할 나위도 없다. 북한 4차 핵실험 가능성을 놓고 통일부와 청와대 국방부가 엇박자를 낸 것은 유감이다. 개성공단 대응 창구를 일원화하는 등 일사불란한 대응시스템부터 재점검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