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바로 서라. 아니면 똑바로 세워질 것이다.’
플라톤이 꿈꾸던 ‘철학자가 통치자이고 통치자가 철학자일 때 인류는 번영할 것’이라는 ‘철인(哲人)왕’은 인류역사상 딱 한 명이 있다. 로마의 전성기를 이끈 오현제(五賢帝)의 마지막 황제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다.
스토아철학의 대표적 학자로 평가받는 아우렐리우스는 늘 말(馬) 위에 있었다. 안으로는 페스트와 홍수로 제국이 저물고 있었고, 간단없는 이민족의 침입 등으로 아우렐리우스 통치기는 안팎으로 고난의 연속이었다. 로마를 구하려 전쟁터를 누비면서 밤에는 홀로 돌아와 글을 썼다. 인류 최고의 고전 중 하나로 꼽히는 ‘명상록’이 그것이다. 명상록의 원제가 ‘자기 자신에게(Ta eis heauton)’라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전장(戰場)에서 돌아와 밤마다 막사에게 자신에 대한 명상에 잠겼다. 경구로 가득찬 명상록에서 때론 이해불가한 문장이 가끔 눈에 띄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주와 이성, 죽음, 숙명 등을 여여(如如)하게 받아들이라는 황제의 목소리는 나즈막해서 더욱 울림이 크다.
명상록은 여러 번역본이 나와있다. 개인적으로는 그리스어 원전을 직역한 천병희 씨 번역본과 중역이란 한계가 있지만 최현 씨 번역본을 최고로 꼽고 싶다.
지혜나눔을 펼치는 사단법인 올재가 저렴한 가격으로 고전을 선보이는 ‘올재 클래식스’의 하나로 명상록을 11일 내놓는다. 어떤 번역본일지 개인적으로 마음이 설렌다. 그리고 1800년 전 동방의 어느 전쟁터 막사에서 고뇌하는 황제를 만나고 싶다.
‘너는 천년만년 살 것처럼 행동하지 마라. 죽음이 지척에 있다. 살아 있는 동안, 할 수 있는 동안 선한 자가 돼라.’
전창협 디지털뉴스센터장/jlj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