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각 부처 장관들에게 여야를 막론하고 수시로 정치권과 접촉해 현안에 대한 이해와 협조를 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백 번 잘한 일이다.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서는 국회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이를 이끌어내려면 자주 접촉하는 게 우선이다.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서로 이해하게 되고 신뢰관계도 형성되는 법이다. 특히 추구하는 이념과 정책에 반대 노선을 걷는 야당과의 관계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박 대통령이 지난 주말 민주당 지도부와 만찬회동을 가진 것도 그런 의지의 연장선상으로 여겨진다. 박 대통령의 취임 이후 야당 지도부와의 첫 회동이라는 점에서도 의미를 지닌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이 장관 임명 과정에서의 부실검증 문제를 사과했다니 그쯤이면 민주당의 명분과 체면도 어느 정도 살려준 셈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측도 민생과 안보에 있어 국정의 동반자 관계임을 다짐했다고 하니 이러한 상생의 분위기가 계속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특히 현재 북한이 일촉즉발의 도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와 여야를 포함한 모든 정치권의 긴밀한 공조태세가 요구되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4ㆍ1 부동산대책이나 추가경정예산안 등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가뜩이나 세계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엔저로 인한 수출부진까지 겹치면서 안보ㆍ민생ㆍ경제 어느 한 분야라도 소홀히 다뤄져서는 안 된다. 이제 본격적이고도 유기적인 정책 드라이브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 점에서, 여야 간에도 새로운 협력관계가 눈에 띄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여야 협의체’가 가동돼 정치혁신과 민생공약 대책 논의를 시작한 것이 하나의 사례다. 새누리당이 정부 부처와 진행하는 상임위별 당정협의에 민주당 의원들을 부분적으로 참여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여당 단독의 강행처리를 금지시킨 국회선진화법 시행에 따라 일방통행 방식에서 벗어나 상생ㆍ협력 관계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인식한 결과일 것이다.
박 대통령은 정부 입장 설명을 위해 16일에도 국회 상임위 야당 간사들을 청와대로 초청할 계획이다. 필요하다면 민생 관련 상임위별 여야 의원들에게 직접 협조를 구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앞으로 정치권과 마음을 터놓고 폭넓게 의견을 교환하면서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평가하고자 한다. 야당으로서도 견제할 때는 견제하더라도 협력해야 할 때는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