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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대화 제의 거부하고 어쩌자는 것인가
북한이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에 대해 거부의 뜻을 밝혔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이 우리 측의 대화 제의를 오히려 ‘교활한 술책’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이로써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관계를 당장 대화로 해결하기는 어렵게 됐다. 미국의 존 케리 국무장관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까지 거들고 나섰던 대화해결 제의가 무색해진 것이다. 한편으로 예상했던 일이기는 하지만 실망을 금할 수가 없다.

북한이 최근의 사태에 대한 책임을 우리 측에 돌리고 있는 사실도 탐탁지는 않다. “북침 핵전쟁 연습에 매달려 온 자들이 사죄나 책임에 대한 말 한마디 없이 대화를 운운한 것은 철면피한 행위”라는 주장이 그러하다. 개성공단이 조업중단 위기에 몰린 것도 우리 탓이라는 것이다. 조평통 대변인은 “남조선이 진정으로 대화 의지가 있다면 말장난을 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대결자세부터 버려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대화 성사 가능성이 완전히 물 건너갔다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이번의 언급이 정식 성명이나 발표가 아니라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단순한 답변으로 기존 입장의 반복이기 때문이다. 설사 대화에 응할 의사가 있다 하더라도 김일성 전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15일)과 인민군 창건일(25일)까지 나름대로 정해놓은 계획이 있을 터이므로 순순히 받아들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앞으로 좀 더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북한이 발사준비를 끝낸 미사일 차량에 대해 수시로 위치를 바꾸거나 은폐ㆍ노출을 반복하던 기만전술을 잠시 중단한 것도 우리 측의 대화 제의와 전혀 관련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 정부가 대화를 제의한 지 사흘 만에야 우회적인 답변이 나왔다는 사실도 북한 당국이 내부적으로 고심하고 있다는 정황을 말해준다. 하지만 일단 대화제의를 이끌어낸 만큼 상황을 더욱 유리하게 끌어가기 위한 모호한 긴장상태를 최대한 이용할 것이 틀림없다. 협박과 공갈을 통해 더 많은 것을 얻어내려 획책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대화제의와는 별도로 북한이 도발을 감행하지 못하도록 경계 분위기를 늦추지 않는 철저한 방어태세가 필요하다. 특히 케리 미 국무장관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한국과 중국, 일본을 차례로 방문하면서 북한 문제를 조율한 만큼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도 한반도 평화안정과 대화해결 원칙을 재확인한 만큼 북한 설득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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