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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현대차 상생결단이 주는 씁쓸한 뒷맛
현대자동차그룹이 그룹 내 물류와 광고 물량의 절반을 외부에 개방키로 17일 전격 선언했다. 금액으로는 연간 6000억원 규모다. 물류계열 글로비스의 올해 그룹 내 국내 발주 예상 금액 4800억원, 광고 부문 이노션의 1200억원이 대상이다. 기업 사상 유례없는 일이다.

일단 현대차의 통 큰 양보와 파격적 결단을 높이 평가한다. 현대차의 선제적 조치에 재계 스스로도 놀라는 분위기다. 삼성 LG SK 등 다른 대기업들도 긴장 속에 고민이 역력하다. 그간의 노력이 졸지에 왜소해진 데다 정치권 입맛에 맞추려면 현대차 정도는 돼야 하기 때문이다. 일감몰아주기의 기준이 헷갈리고 모호해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처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47개 대기업 집단의 광고ㆍSIㆍ물류ㆍ건설 분야 내부거래 규모는 모두 27조원으로 이중 17조5000억원을 10대그룹 몫으로 지목했다. 공정위의 판단이 맞다면 현대차그룹 수준으로 주요 대기업들이 광고ㆍ물류 등 물량을 외부에 개방할 경우 적어도 13조원대의 자금이 중소기업 등 외부로 풀리게 되는 셈이 된다. 경제민주화를 표방하는 입장에선 군침을 흘릴 만도 하다.

현대차의 이번 결정을 보면서 착잡함을 금할 길 없다. 우선 외압에 의한 궁여지책의 흔적이 짙다. 경제민주화랍시고 전 방위적 압박과 통제를 가하니 피할 방도도 없다. 지금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는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이 차고 넘친다. 내부 거래면 무조건 일감몰아주기로 단정하자는 것에서부터 손해액 3배 배상을 포함해 적자가 나도 납품단가를 깎을 수 없도록 하는 등 징벌적 법안이 난무한다. 경영인들은 여차하면 감옥행이고 이를 피하려면 무죄를 입증해야 하는 참담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물론 대기업도 강자독식과 부도덕한 부의 세습에서 벗어나야 한다. 단죄가 두려워 변화하기보다 진정성 있는 경영쇄신에 나설 때다. 기업이 변하는 만큼 정치도 사회도 변해야 한다. 시장 원리와 질서를 무시하고 징벌적 단죄에 몰입하면 정상적인 기업 활동은 불가능하다. 여론 재판하듯 대기업을 범죄 집단으로 몰아가는 한 기업 가치도 국가 경쟁력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

엊그제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서 “경제민주화는 어느 한 쪽을 누르고 옥죄는 게 아니다. 대기업이란 이유로 벌주는 식의 때리기로 가선 안 된다”고 했지만 뺨 때리고 어르는 것으로 들린다. 이보다는 분명한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옳다. 경제민주화 수위를 놓고 여야가 부딪치고 정부조차 따로 노는 것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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