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시골에 집필실을 두고 있는데 나름대로 틈틈이 농사도 짓는다. 어쨌거나 요즘은 귀촌이 유행이다 보니 이런저런 사람이 마을에 많이 들어온다. 그런데 현대사회가 하도 ‘빨리빨리’에 젖어서 그런가, 마을에 들어오자마자 첫 대면에 대뜸 손을 붙들고 ‘아이고, 반갑습니다. 고마 형님 아우 합시다’하고 너스레를 떠는 사람이 많다. 그러면 시골 사람은 앞에서는 ‘마, 그라입시다’하고 웃지만 돌아서서는 ‘별 이상한 사람 다 보겠네. 저가 나를 모르고 내가 저를 모르는데 댓바람에 웬 형님아우란 말이여?’하고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러면 그 사람은 십중팔구 마을 사람과 소통을 제대로 하기가 어려워지는데, 첫 만남에서 ‘너무 나댄다’는 인상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사람은 그런 줄도 모르고 적반하장으로 ‘시골 사람의 텃세가 심하다’고 불평을 해댄다.
교육학에서 많이 사용하는 ‘준비성의 법칙’이란 말이 있다. 아무리 일찍 가르치고자 해도 그것을 받아들일 만한 일정 수준에 이르러 있지 않으면 안된다는 말이다.
지난주 3개월 전 이직해 들어간 직장에서 직원과 동화가 안된다고 고민하는 질문을 다뤘는데, ‘바늘허리 매어 쓸 수 없는 노릇’이므로 무릇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은 때를 기다려서 도모해야 한다. 아무리 친해지고 싶어도 설익은 상태에서 너무 일찍 다가가면 오히려 상대는 뒷걸음질칠 수 있다.
직장인들이여!! 급할수록 천천히 가라. 전국시대 송나라 사람이 벼를 일찍 자라라고 손으로 뽑아서 키를 자라게 했더니 결국 다 말라 죽었다지 않는가. ‘진짜 친분’은 ‘助長’한다고 해서 자라지 않는다. 상대의 마음에 내 진심이 깊이 뿌리 내리면 당기지 않아도 쑥쑥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