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진 국방부 장관을 수취인으로 하는 괴소포가 국방부 청사로 배달된 사건은 우리 사회 도처에 안보를 위협할 만한 요소가 심각하게 내재해 있음을 보여주는 뚜렷한 증거다. 국방부에 따르면 23일 오전 10시12분에 국방부 장관 앞으로 한 소포가 배달됐고, 그 안에는 백색가루가 담긴 주먹크기 만한 비닐뭉치와 함께 지난 19일 국방부 인근 골목에 뿌려진 것과 같은 비방유인물 한 장이 들어 있었다.
국방부는 합참과 공조해 불순세력의 테러 시도로 간주하고 청사 안팎의 경계를 강화하는 한편 경찰과 합동으로 소포 발신인 추적을 위한 고강도 수사에 착수했다. 문제의 백색가루는 시중에 판매되는 밀가루로 확인됐지만 때가 때인지라 ‘그나마 다행’이라는 위안은 어울리지 않는다. 괴문서 발견 5일 만에 괴물질까지 배송되는 일이 벌어진 이상 앞으로 그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필요하면 과학수사 인력과 장비까지 최대한 동원해야 한다.
지난번 유인물에는 ‘김관진은 더러운 주둥이를 함부로 놀리지 말라, 북의 최고 존엄을 함부로 건드리며 전쟁 광기를 부리다가는 민족의 이름으로 처단된다’는 비방 문구가 쓰여 있었다. 이번 소포와 문제의 유인물은 동일범의 소행임이 분명하다. 수사 과정을 더 지켜봐야겠지만 설령 사회에 불만을 품은 단순 객기에 불과하거나 하다못해 취객의 일탈이라도 이는 반국가적 반사회적 범죄행위가 분명하다. 서체나 내용상으로 보면 의심의 눈길이 북쪽으로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북한 권부의 지령을 받아 잠행한 간첩의 소행이든, 우리 사회 음지에서 서식하고 있는 종북 세력의 못된 짓이든, 범인은 물론 그 배후까지 낱낱이 파헤쳐 테러라는 극단적 행위가 절대 먹혀들지 않는다는 것을 단호하게 보여줘야 한다.
주목되는 것은 지금 우리 사회에는 대법원이 판결한 이적단체만도 80여개나 된다는 사실이다. 그 추종세력은 3만여명에 이르고, 동조세력은 300만~500만명으로 추정될 정도다. 최근 5년간 종북ㆍ친북으로 분류돼 삭제된 웹사이트 게시물이 무려 19만건에 이른다면 결코 예삿일이 아니다.
북한의 도발위협이 소강을 보이고 대화국면이 조성되는 분위기라고 해서 사회 전반이 느슨해져선 안 된다. 언제나 북한의 도발은 부지불식간에 벌어졌다. 이럴 때 일수록 최일선은 물론 후방지역 경계도 보다 더 강화해야 한다. 요인에 대한 경호나 주요 시설물에 대한 보안검색도 더 철저해야 한다. 결코 잔불 정리하듯 할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