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침략과 강점에서 벗어난 지 70년이 돼 가는데도 여전히 우리는 비우호적이고 비이성적인 이웃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비록 일부 제한된 소수에 불과하지만 그것이 그 사회의 지도급 인사들이라는 게 한ㆍ일 관계 문제의 핵심이다. 국제사회의 지적대로 ‘잘못을 사과하지 않는 문화’ 탓인지, ‘잔혹성과 가학성’에 대한 죄의식이 결여된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일본의 지도자들은 패전 이후 기회 있을 때마다 자신들의 역사적 죄업과 잔학성에 대해 터무니없는 논리로 옹호하거나 왜곡하면서 진실을 외면하는 태도를 버리지 않고 있다.
이들의 일관되고 집요한 역사왜곡은 상황에 따라 그 강도와 수사는 달라지기도 하나 그 주된 기조는 변함없이 역사적 진실을 부인하고 외면하는 논리다. 최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침략의 정의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일제 침략 옹호발언은 주변국과 피해국들에 큰 충격을 주는 망언이지만 과거의 반역사적 망언계보로 보면 또 하나의 역사 폭력을 추가한 셈이다. 그러나 이번 아베 망언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단순히 과거사 옹호 차원을 넘어 역사를 재해석하고 심지어는 미화하려는 저의가 감지되기 때문이다.
일제 침략 역사를 반성한 이른바 무라야마 담화를 전면 부정하고 수정하려는 저의를 공공연하게 드러낸 아베 총리는 역사적 상대주의까지 들고 나와 본격 역사반격에 나설 각오를 내보였다. 문제는 아베 정권의 이 같은 역사공격에 대해 일본 국내 지지율이 빠른 속도로 올라가고 있는 점이다. 국제질서와 세계경제의 동시 혼란을 겪고 있는 지구촌에서 일본 지도층의 극단적 우경화와 국수주의적 캠페인들이 대내 정치에 이용되고 있는 데 대해 인접국과 피해국들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도 심각한 우려를 보내고 있다. 지구촌 많은 언론은 아베 총리의 이 같은 ‘반동주의자’같은 ‘수치스런 언급’이 결국은 일본을 ‘지구촌의 외톨이’로 만들 것으로 경고하고 일본 유력 언론들도 ‘역사에 근거하지 않은’ 정치인들의 언동을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임기응변이나 일과성 매너리즘 외교를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 난마처럼 얽힌 국제관계 속에서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무원칙 대일(對日) 외교로는 앞으로도 수시 재연될 일본의 역사 공격을 일관성 있게 막기 어려울 것이다. 박근혜정부는 동북아시아 큰 틀 속에서 일본을 어떻게 다스릴 수 있을지를 지금부터라도 깊이 연구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