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일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처음으로 주재한다. 이 회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열정을 쏟았던 ‘수출진흥확대회의’를 이어받은 회의체라는 점에서 감회가 새롭다. 다만 아버지 시절에는 ‘수출 진흥’에, 딸은 ‘투자 확대’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직접 투자와 무역 등 실물경제를 챙긴다는 것이 반갑다. 이전 대통령들도 비슷한 회의를 직접 주재했지만 정기 회의체는 박 전 대통령 이후 처음이다.
박 전 대통령이 주재한 수출진흥회의의 효과는 대단했다. 1965년 ‘수출입국’을 기치로 매달 열린 이 회의에는 당시 상공부 경제기획원 등 관계부처는 물론 관련 단체와 학계, 민간 기업 대표들까지 참석해 수출확대 대책을 논의하고 결정했다. 그 결과, 1억달러에 불과하던 우리 수출 규모는 1977년 마침내 100억달러를 넘어섰다. 이렇게 벌어들인 달러는 산업화의 밑거름이 됐고, 오늘날 세계 7위 무역대국이자 10위권 경제 강국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이 회의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박 전 대통령의 솔선과 열정이었다. 직접 주재한 회의가 모두 152차례였으며 빠진 적은 불과 다섯 차례에 지나지 않았다. 대통령이 열정적이니 회의는 진지할 수밖에 없었다. 오죽하면 보고서 넘기는 소리가 바스락 들릴 정도였다고 한다. 특히 기업 총수들이 직접 대통령에게 성과와 애로 등을 브리핑하도록 해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한 대목도 그의 열정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런 회의 분위기가 이심전심 국민들의 분발을 유도했고, 우리의 산업화는 한 걸음 더 빠르게 진행됐던 것이다.
이제 그의 딸 박 대통령이 이 회의를 다시 맡았다. 4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고, 경제 여건도 크게 달라졌다. 하지만 회의의 의미와 역할은 그 때나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관심을 갖고 솔선하면 그 효과는 배가(倍加)되게 마련이다. 무역투자진흥회의에 거는 기대가 큰 이유다.
경제회복을 위한 투자활성화는 절실한 당면 과제다. 경제 엔진은 자꾸 식어 성장률은 8분기째 0%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 추가경정예산을 푼다지만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기업들이 움직이게 해야 한다. 투자를 유도해 일자리를 늘리는 게 가장 효율적인 해법이다. 박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무역투자회의의 첫 과제는 기업 투자 확대를 가로막는 불확실성 제거라야 한다. 외생적 불확실성이야 어찌할 수 없지만 정책의 방향성은 얼마든지 또렷이 제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