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큰 흐름에 적극 대응하지 못한 세계적 기업들이 잇따라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130년 전통의 ‘코닥’은 엊그제 카메라 필름 사업 등 회사의 모든 자산을 영국 연기금펀드에 매각하는 수모를 겪었다. 코닥은 한때 세계 초일류 기업 반열에 올라 그 영광을 영원히 구가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 도래와 스마트폰 출현 등 급격한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맥없이 무너졌다. 부랴부랴 상업용 인화전문 기업으로 변신을 시도하는 등 몸부림을 치고 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유럽 전통의 전자업체 필립스도 비슷한 결정이 내려졌다. 120년 역사의 필립스가 헬스케어와 조명 전문업체로 거듭나기 위해 회사 상징인 전자 간판을 내리기로 한 것이다. 며칠 뒤면 회사명도 로열필립스전자(Royal Philips Electronics)에서 전자를 뺀 로열필립스로 바뀐다. 전구회사로 출발한 필립스 역시 세계 최대 오디오 가전 기업으로 명성을 날렸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콤팩트디스크(CD)와 디지털비디오디스크(DVD) 부문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유지했다. 그러나 평면 TV 등 신기술로 무장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에 떼밀려 위기를 맞았고 마침내 심장부인 전자 부문을 도려내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들어간 것이다.
이들 기업뿐이 아니다. 지난해 일본 간판 전자업체 소니와 파나소닉의 국제신용등급이 정크(투자부적격) 수준으로 추락했다. 소니가 어떤 회사인가. 전후 경제 부흥의 상징인 전자산업을 선도한 일본의 자존심이었다. 그러기에 소니의 추락은 단순한 경제적 차원을 넘어 일본 열도 전체의 충격이었다. 창의적 기술과 혁신으로 세계시장을 쥐락펴락했지만 변화를 외면하고 현실에 안주한 결과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은 지난해 세계 100대 기업 중 61개 기업만이 10년 전에도 톱 100에 들었다고 분석했다. 아무리 세계 최고 기업이라도 그 가운데 40%는 불과 10년도 정상을 지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긴 1950년대 100대 기업 중 살아남은 곳이 10%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기업을 둘러싼 환경은 산업혁명 이후 최고 속도로 변하고 있다. 5년 전까지 휴대폰 시장을 석권했던 노키아의 점유율이 5%대로 미끄러진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어느 기업이든 경쟁력을 상실하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세계적 기업의 잇단 몰락은 결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코닥과 필립스의 교훈을 우리 기업들이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