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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낙하산 근절이 공공기관 개혁 출발점
공공기관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 방만한 경영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빚 줄이기에 매진해도 모자랄 판에 기관장의 연봉과 업무추진비는 오히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직원들은 높은 연봉과 복리후생으로 여전히 ‘신의 직장’ 철옹성을 과시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은 물론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그동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개혁을 외쳤고, 숱한 방법론이 제기됐지만 지금껏 달라진 건 하나도 없다.

지난해 말 기준 295개 공공기관 부채는 모두 493조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35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국내총생산(GDP)의 40% 선에 육박하는 규모다. 이를 제대로 갚아나가지 못하면 결국 국민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그러니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물론 부채가 늘어난 것은 전적으로 해당기관만의 잘못은 아니다. 공공기관은 정부 정책을 대신 추진하거나 공공요금을 마음대로 올릴 수 없는 한계 등으로 어느 정도 빚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지난 정부 중점 사업이었던 4대강과 보금자리주택 등의 국책사업으로 관련 공기업들의 빚은 배가량 늘었다. 또 전기 수도 가스 도로 철도 등은 물가안정과 서민생활 지원을 이유로 원가보상률이 70~80%대에 불과하다. 판매 가격이 원가에도 훨씬 미치지 못해 이게 부채로 이어지는 것이다.

공공기관은 국민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적자가 나고 빚이 많다고 당장 문을 닫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빚이야 지든 말든 임직원들이 잇속이나 챙기니 비난이 쏟아지는 것이다. 가령 한국투자공사는 기관장 연봉이 무려 1억6000만원이 올랐다. 한국중앙연구원은 기관장 판공비가 1억원을 육박한다. ‘금융분야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특성’이라거나, ‘비정규직 직원 격려’ 등의 이유를 들지만 이를 납득할 국민은 없다. 인천공항공사는 대졸 초임이 4000만원에 육박, 웬만한 대기업을 넘어서는 국내 최고 수준이다. 이들 기관뿐이 아니다. 경영 성과가 나쁘다고 급여와 인력을 줄였다는 소리는 여태 들어보지 못했다.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은 낙하산 인사와 무관치 않다. 기관의 특성과 상관없이 정권에 따라 기관장이 수시로 바뀌니 책임경영이 뿌리내리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고질적 관행부터 개선하지 않으면 공공기관 경영합리화는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기관장이 정권과 무관해야 국책사업에 공공기관을 끌어들이는 정부 행태도 바로 잡고 빚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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