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응급처방’인 추가경정예산안이 막판 고비를 넘고 있다.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증세 논란을 ‘향후 논의’로 피해가면서, 일단 8부 능선은 넘은 모습이다.
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마지막 심사에 들어갔다. 자녀나 손자와 함께 보내야 했을 ‘어린이날’까지 여야협상이 이뤄졌고, 5조3000억원의 세출 예산안 심사도 했다. 덕분에 자칫 다음 임시국회로 넘어갈 뻔했던 추경안 처리는 이르면 7일 처리될 수 있게 됐다.
본예산이든 추경예산이든 돈이 걸린 ‘예산’ 얘기만 나오면 반복됐던 여당의 밀어붙이기, 야당의 육탄 저지 그리고 법정 시한을 어긴 지각 처리 관례가 이번에는 깨어질지 주목된다. 19대 국회 들어 ‘과정은 힘들어도 끝까지 노력해 합의하라’는 정치선진화법이 가져온 변화다.
그러나 여전히 낡은 정치의 그림자는 짙다. ‘벼락치기 심사’ ‘쪽지 예산’ 얘기가 또 나온다.
작게는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수조원을 살펴야 할 문화체육관광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환경부, 고용노동부 등 5개 부처의 추경안 심사는 지난 3일 40분 만에 끝났다.
6일에도 안행위와 기재위는 수 조원의 예산안 심사를 쫓기듯 마쳐야 했다. 물론 심사 전 각 의원 또는 각당별로 충분히 검토했겠지만, 그래도 너무 숨가쁘다.
‘쪽지 예산’ 논란은 더욱 가관이다. 어디까지나 추경은 ‘긴급용’인데도 의원들은 지역구 챙기기에 한창이다. 응급실에서 보약 찾는 격이다. 오죽하면 “사업의 타당성, 연내 추진 가능성, 일자리 창출 가능성 등 필요한 부분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스스로 고백하는 의원이 있을 정도다.
한 의원은 “지역을 챙기는 것은 국회의원의 숙명”이라며 쪽지 예산 비판에 억울함을 토로했다. 하지만 이번 추경 편성의 이유에는 지난 해 여야합의로 통과시킨 올해 예산안의 부실 탓이 크다. 본예산을 잘못 짜 나라빚을 내야 하는 상황에서까지 지역구 타령을 하는 것은 왠지 ‘파렴치범’을 보는 것 같다. 제발 낡은 그림자는 이번이 마지막이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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