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에 대한 민주당의 집착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는 통합진보당과 ‘야권연대’란 이름으로, 대선에서는 안철수 무소속 후보와 ‘후보 단일화’로 밀어붙였다. 하지만 통진당은 민주당을 숙주삼아, 그 위에 터를 잡아 세만 불렸다. 민주당은 본전도 못 건지고, 제살만 깎아먹었다. 안 교수의 포기로 이뤄진 어색한 단일화 역시 대선 패배로 이어졌다. 그런데도 단일화는 계속 유령처럼 민주당 내부를 떠돌고 있다.
지난 4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강기정-이용섭’ 후보의 단일화가 이뤄졌다. 이용섭 후보가 ‘대세 김한길’에 맞서는 단일화에 성공했지만, 이번에도 실패였다.
그런데 또다시 단일화 얘기가 나온다. 이번엔 원내대표 선거다. ‘우윤근-김동철’ 단일화인데, 명분은 고작 호남이라는 지역 연고뿐이다. 한동안 유행 같았던 단일화는 이 정도면 병적인 집착이다.
민주당은 DJP연합과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로 두 차례 정권을 잡았다. 하지만 최근의 단일화는 2연패다. ‘단일화=승리’ 공식은 깨진 셈이다.
역사가 증명하는 단일화의 요건은 두 가지다. 지향하는 철학이 같거나 반대해야 할 ‘거악(巨惡)’이 있을 때다. 그러나 더이상 한국에 ‘척결’해야 할 ‘거악’은 없다. 의견이 다른 ‘상대’가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철학이라도 공유해야 하는데 이번 ‘원내대표’ 단일화 얘기엔 지역 연고라는 유치한 명분만 존재한다. 이쯤되면 단일화는 ‘야합’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최근 연승 행진인 새누리당을 보자. 친이와 친박이 맞붙었던 지난 18대 국회나, 친박과 비박으로 나뉜 19대 국회에서 단일화라는 말을 찾을 수 없다. 지난 대선 때는 자유선진당까지 껴안았다.
역사적으로 보수는 부패가, 진보는 분열이 최대의 적이다. 사회가 갈수록 투명해지면서, 보수가 집단 부패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진보는 민주당, 안철수 신당, 통합진보당, 진보정의당, 여기에 문성근 민주당 전 상임고문이 얘기하는 시민사회 연대까지 끝없이 쪼개지고 있다. 단일화에 앞서 분열을 막는 게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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