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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5월 예찬
1960~70년대 학교를 다닌 사람들은 국어책을 통해 만난 2명의 수필가를 잊지 못한다.

아사코라는 일본 여인과 엇갈리는 인연, 이루지 못한 사랑. “그리워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아사코와 나는 세 번 만났다. 세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 ‘국민수필’이 된 피천득의 ‘인연’ 마지막 문장은 여전히 애잔하다.

98세의 나이로 세상을 뜬 피천득은 태어난 달도, 세상을 떠난 달도 5월이다. 그런 인연 때문인지 ‘오월’이란 수필을 남겼다.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중략)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오월 속에 있다.”

교과서에 실려 유명했던 이양하의 ‘신록예찬’도 5월을 칭송한다. “어린애의 웃음같이 깨끗하고 명랑한 5월의 하늘,(중략) 우리가 비록 빈한하여 가진 것이 없다 할지라도, 우리는 이러한 때 모든 것을 가진 듯하고, 우리의 마음이 비록 가난하여 바라는 바, 기대하는 바가 없다 할지라도, 하늘을 달리어 녹음을 스쳐오는 바람은 다음 순간에라도 곧 모든 것을 가져올 듯하지 아니한가?”

이분들의 글이 아니더라도 5월은 예찬받을 만하다. ‘계절의 여왕’을 운운하지 않더라도 활동하기 좋은 날씨나 맑은 하늘, 신록들이 어우러져 누구나 부자가 된 느낌을 받는 때다. ‘5월 광주’나 ‘5ㆍ16’ 등 현대사의 굴곡이 있지만. 어린이날이나 부처님 오신날 등으로 휴일이 많고 가정의 달이기도 하다. 한 해에 5월이 한 달밖에 되지 않은 게 안타깝다.

전창협 디지털뉴스센터장/jlj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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