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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1달러=100엔, 100엔=1100원 시대’
뉴욕 외환시장에서 9일(현지시간) 엔/달러 환율이 마침내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겼던 100엔을 상향 돌파했다. 달러당 엔화 환율이 세자릿수로 올라선 것은 지난 2009년 이후 4년 만이다. 서울 외환시장에서도 엔저(低) 쓰나미가 요동을 치고 있다. 100엔당 원화 환율이 8일 금융위기 이후 4년8개월 만에 처음으로 1100원 선 아래로 떨어졌다.

하지만 엔저 공습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달러당 엔화가 100엔을 넘어서자 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엔화가 급격히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오히려 지금보다 20%가량 추가 절하될 것이란 의견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더욱이 현재의 추세라면 다음 저항선으로 작용할 120엔까지 불과 몇 개월 내에 도달할지도 모른다는 극단적 전망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미국 경제 호조와 맞물려 일본 정부의 의지도 확고하다. 아소 다로 일본 재무상은 “과도한 엔 강세가 시정되는 과정”이라는 단호한 입장이다. 아베 신조 총리 역시 ‘세계 경제에 긍정적’이라며 엔저를 반기고 있다.

원/엔 환율 사정도 다를 게 없다. 엔화에 대한 원화 가치 상승은 거의 빛의 속도라 할 만하다. 100엔당 원화 환율은 지난해 6월까지만 해도 1500원에 육박했다. 불과 1년도 안돼 30% 가까이 원화가 절상한 것이다. 이대로라면 원/엔 환율 세자릿수 진입도 시간 문제일 뿐이다.

이 때문에 우리 기업들이 아우성이다. 특히 일본과 수출시장에서 부딪치는 자동차 철강 조선 등은 그 고통이 여간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비가 올 때까지 손 놓고 하늘만 쳐다보고 있을 순 없다. 따지고 보면 지난 시절 우리 기업들은 훨씬 가혹한 환경에서 일본 제품들과 싸워 이겼다. 조선산업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설 무렵인 2000년대 초중반 100엔당 평균 환율은 900원대였다. 삼성이 일본 가전에 우위를 점하던 시기에는 700원대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사정이 한결 좋은 편이다.

일본이 밀어붙이고 있는 엔저 정책이 성공을 거둘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국가 부채 비율이 230%가 넘어 위험 수위에 달한 일본으로선 그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다. 유럽의 재정 위기가 일본으로 옮겨 붙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엔저 바람을 등에 업은 일본과의 정면 승부를 비켜갈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나설 상황도 아니다. 결국 각 기업이 수건을 짜는 자세로 경쟁력을 키우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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