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치1번지 여의도에는 위아래가 없다. ‘의장 무시’, ‘선수(選數) 무시’, ‘관행 무시’가 일상이다. 입에 익은 말로 ‘요즘 애들’은 항상 버릇이 없어왔는데, 꼭 ‘애들’만 그런 것 같진 않다.
우선 ‘의장 무시’다. 강창희 국회 의장은 9일 낮께 안철수 의원이 보건복지위원회로 가기로 발표한 데 대해 “그건 내 권한”이라며 제동을 걸었다. 그럴만도 한 것이 국회법 48조 2항을 보면 무소속 의원의 상임위 배정은 의장 권한이다. 그런데 민주당 이학영 의원이 복지위에서 정무위로 옮겨가고, 대신 안 의원이 복지위를 배정받기로 임의로 결정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자 양당 원내대표들은 이날 오후 급거 강 의장을 찾아 사과했다.
강 의장은 또 지난 7일 여야 원내대표가 의장과 상의 없이 의장 직속의 헌법개정연구회 구성을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역정을 냈다고 한다. 강 의장은 6선,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4선,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는 3선이다.
‘관행 무시’에는 박기춘 원내대표가 주인공이다. 민주당은 9일 박 원내대표를 민주당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당 소속 의원들이 선출하는 원내대표은 당내 서열 2위, 당 대표가 지명하는 사무총장은 서열 3위 이하다. 공직으로 따지면 서울시장을 하다, 안전행정부 장관으로 가는 것과 비슷하다. 사실 박 원내대표는 이미 ‘관행 무시’ 전과가 있다. 그는 통상 재선이 맡는 원내수석부대표 직을 3선 때 맡았다.
‘선수 무시’ 분위기는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나선 최경환 의원과 이주영 의원의 선거전 초기, 당 안팎에선 최 의원에 대한 ‘추대 분위기’가 일었다. 4선의 이 의원이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을 맡아 3선인 최 의원을 보좌하면 된다는말까지 돌았다. 이 의원은 발끈했고, 추대 분위기에 내심 흐뭇했던 최 의원은 머쓱해졌다.
이 의원은 국회상임위원장과 당 정책위의장도 거쳤다. 대신 최 의원은 이보다 한 단계씩 아래인 상임위내 소위위원장과 당 정책조정위원장 경력 뿐이지만, 이명박 정부에서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냈다.
홍석희 기자 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