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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통상임금 논란, 노사 상생 해법 찾아야
재계와 노동계 사이의 통상임금이 새로운 사회적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방미 기간 중 이 문제를 거론한 대니얼 애커슨 GM 회장에 대해 합리적 해법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한 것이 발단이다. 정부는 노ㆍ사ㆍ정 협의체를 가동시켜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 개선책을 내놓겠다는 계획이지만 노동계는 정부 개입에 반발하는 분위기다. 정부가 기업들 편에 설 것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벌써부터 논의 과정의 불협화음이 우려되는 까닭이다.

문제는 정기 상여금이 과연 통상임금에 포함되느냐의 여부다. 노동계에서는 당연히 포함된다며 이에 근거한 각종 수당과 퇴직금을 올려달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고용노동부의 ‘통상임금 산정지침’에는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돼 있다. 기업들이 이 지침을 따라온 것은 두 말할 것도 없다. 그동안 노사 간에 줄곧 밀고 당기는 진통이 이어져 왔던 배경이다.

그러나 대법원이 지난해 3월 기존 판례를 깨고 노조 측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줄소송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근속연수에 따라 미리 정해놓은 비율을 적용해 분기별로 지급되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을 내렸던 것이다. 이미 육아수당을 포함해 명절 떡값이나 여름 휴가비도 통상임금에 폭넓게 포함시켜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내려졌던 마당이다. 노조 측이 “부당하게 지급받지 못한 임금을 돌려받아야 한다”며 팔을 걷고 나서는 모습도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반영될 경우 기업 부담이 한꺼번에 늘어난다는 게 문제다. 휴일·야근 잔업수당에서부터 퇴직금에 이르기까지 보전해줘야 하는 3년치 소급분이 무려 38조6000억원 규모에 이른다는 게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추산이다. 가뜩이나 침체된 경기 속에서 어렵게 버텨가고 있는 한계 기업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 소지가 다분하다. 자칫 기업 스스로 문을 닫음으로써 종업원들로서는 오히려 일자리를 잃는 경우마저 속출하게 될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통상임금 갈등이 지금껏 왜곡된 임금체계와 경직된 노사관계에서 배태됐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마련해 놓은 지침도 추상적인 문구로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노사 어느 한쪽에만 책임을 묻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이제 문제가 본격 제기된 만큼 노ㆍ사ㆍ정이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인 고통분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근로자의 권익도 중요하고 일자리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노사가 상생할 수 있는 모범답안이 도출되도록 서로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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