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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위기관리 총체적 한계 드러낸 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수행했던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사건이 청와대의 총체적인 위기관리 부실로 확대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우선 대통령에게 사건의 전말이 보고된 것은 처음 사태가 파악되고 나서 24시간 뒤의 일이다. 이유를 막론하고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결국 이남기 홍보수석이 사의를 표명한 데 이어 허태열 비서실장의 사과로 이어진 마당이다.

윤 전 대변인이 홀로 급거 귀국한 과정에 대해서도 의문은 여전하다. 성추행 의혹 자체를 떠나 청와대의 도피방조 의혹까지 제기될 정도다. 이 홍보수석은 윤 전 대변인이 본인의 의사로 귀국했다고 발표했으나 정작 윤 전 대변인은 이 수석이 귀국을 강요했다며 맞서고 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진실공방으로 문제가 번지는 모습은 매우 유감스럽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성추행이 실제로 있었냐는 점이다. 피해자가 “허락 없이 엉덩이를 만졌다”고 신고한 데 대해 윤 전 대변인은 허리를 툭 쳤을 뿐이라고 부인하고 있으나 당시의 정황으로 미루어 의혹을 벗기는 어렵다. 귀국 직후 민정수석실 조사에서도 엉덩이를 만졌고, 인턴 직원이 자기 방에 들어왔을 때 알몸 상태였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오히려 기자회견을 자청해 거짓말을 늘어놓은 셈이다. 대변인이라는 직책과 임무를 감안한다면 인턴 직원과 별도의 술자리를 가졌다는 자체가 부적절한 일이다.

아쉬운 점은 기대를 모았던 박 대통령의 방미 외교성과가 한꺼번에 그늘에 묻혀 버렸다는 점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우의 확인과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 초청받을 만큼 환대를 받았던 기억이 오히려 곤혹과 민망함으로 바뀌어 버렸다. 더 나아가 박 대통령 본인이 국민에 대해 유감을 표명해야 하는 사태로까지 이어진 상황이다. 모처럼 궤도를 잡아나가던 박근혜정부가 윤 전 대변인의 돌발적인 실수로 다시금 시련에 봉착한 느낌이다.

조속한 수사는 필수다. 관계 당국은 지체 말고 미국 측에 수사를 요청해 모든 것을 명명백백 밝혀야 한다. 윤 전 대변인도 ‘문화적 차이’ 운운할 것이 아니라 조사에 적극 임해 잘잘못을 가리는데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며, 잘못이 있으면 그에 따른 죗값을 치르는 것이 마지막 할 수 있는 일이다. 이번 사건은 본분을 벗어난 고위 공직자의 일탈행위로 국격(國格)이 순식간에 땅바닥에 떨어질 수 있다는 쓰라린 교훈을 남겼다. 차제에 청와대 참모진에 대한 일신도 고려할 사안이다. 이런 추잡한 일로 더 이상 국가 지도자가 머리를 숙이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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