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위에르달이 항해에 나서게 된 이유는 남미과 동남아, 폴리네시아 주민 일부가 같은 민족이라는 점에 착안해 이들이 어떻게 태평양을 횡단해 이주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문헌으로는 1500여년 전 페루~폴리네시아~필리핀 지역을 왕래한 것으로 드러났고, 구전으로는 석기시대에 이주한 것으로 알려진다. 과연 고대인이 뗏목만으로 태평양을 건넜을까. 이를 직접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오동나무 일종으로 무게가 가벼운 발사(balsa)나무를 기반으로 하고 그 위에 대나무로 갑판과 선실 형태를 만들었다. 길이 13.7m, 폭 5.5m. 뗏목이름은 고대 잉카제국 태양신인 콘티키(Kon-Tiki)호로 정했다. 폴리네시아 종족신의 이름과도 같다.
유럽의 학계는 “미개한 남반구인들이 유럽인들도 10세기 이후에나 이뤄낸 항해술을 고대에 발휘했을 리가 없다”면서 헤위에르달을 몽상가라고 비아냥거렸지만, 콘티키호는 7964㎞ 항해 끝에 그해 8월 7일 폴리네시아 투아모투해변에 도착하는 데 성공한다.
헤위에르달의 얘기는 영화로 만들어져 지난 2월 아카데미상 외국어영화상에 후보에 올랐다. 수상의 영예를 차지하지는 못했지만, 최근 미국 뉴욕 맨해튼 극장가에서 상영된 것을 계기로 뉴욕타임스, 보스턴헤럴드, 마이애미헤럴드, 토론토선 등이 잇따라 보도해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콘티키 이야기는 특정 종족이 잘난 척해도 인류의 능력과 창의성의 차이는 별로 없음을 말해준다. 오만과 편견은 세상을 어지럽힌다.
함영훈 미래사업본부장/abc@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