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댕의 걸작 ‘생각하는 사람’은 ‘지옥의 문’ 앞에서 고뇌하는 인간의 모습이 담겨져 있다. 근육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야성적인 남성, 여기에 웅크린 몸은 삶과 운명에 대한 고뇌의 깊이를 더해 준다.
한국 미술사의 걸작, ‘반가사유상’은 사유의 정수를 보여준다. 석가모니가 태자였을 때 생로병사의 괴로움과 인생의 덧없음을 사유하는 모습이다. 이 불상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수많은 사유들이 물밑 듯 몰려왔다, 어느덧 모든 것이 사라지는 느낌을 갖게 된다. 얼굴표정이나 옷주름을 보면 남성보다는 여성에 가깝다는 점도 ‘생각하는 사람’과 전혀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한국사람이라 어쩔 수 없겠지만 고뇌의 한가운데 있는 로댕의 작품보다는 고뇌를 씻은 이후의 모습을 형상화한 이름 모를 장인의 작품이 몇 수 위인 듯하다.
국보로 지정된 반가사유상은 두 작품이 있다. 78호, 83호 모두 걸작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소박한 83호에 더 끌린다. 국보 1호가 굳이 한국을 상징하는 것이라면 불타버린 뒤 복원된 숭례문보다 반가사유상이 한국의 얼굴로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다.
오는 10월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인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서 ‘황금의 나라, 신라’ 전시회에 국보 83호를 보내는 것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한국문화의 우수성을 알리는 좋은 기회라는 중앙박물관 측과 대표 문화재의 장기 반출에 반대하는 문화재청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양쪽 주장이 다 일리는 있다. 하지만 한국의 깊이있는 사유를 세계인이 함께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윤모 씨의 어이없는 스캔들로 떨어진 국격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전창협 디지털뉴스센터장/jlj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