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인민무력부장 ‘소장파’ 장정남
권력 홀로서기 성공했다는 반증
개혁개방 노선 향후행보에 관심
개성공단 실무회담 성사 기대감
김정은은 변하는가!
50대 소장파 장정남이 북한 인민무력부장에 올랐다.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버지 김정일과의 관계를 핑계로 상왕 노릇을 하던 북한군 원로들이 모두 쫓겨나듯 교체되고 있다. 북한은 우리 국방장관 격인 인민무력부장이었던 75세의 노장강경파 김격식을 전격 장정남으로 교체해 버렸다. 지난해 11월에 임명된 김격식을 5개월 만에 바꿔버린 것이다.
이 같은 인사는 70대, 80대 노군인들에게 얹혀서 꼭두각시 노릇을 하던 김정은이 실제로 권력을 잡고 홀로서기에 성공했다는 반증이다. 북한은 북한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70~80대의 노장 강경파 군인들에 의해 북한 전체가 움직여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 강경파들은 천안함을 폭침하고 연평도에 포탄을 퍼부어 민간인을 살상했으며, 지난 2월에는 핵실험을 주도했다. 그리고 개성공단을 일방적으로 폐쇄해 자신들의 근로자 5만3000명을 순식간에 실업자로 만들었다. 국제사회의 외톨이, 믿을 수 없는 집단으로 낙인 찍힌 건 군부 강경파의 돌이킬 수 없는 실수였다.
수많은 군부대 방문을 통한 위기감 고조 등 강경책이 오히려 피로 맺어진 중국 최고지도자들의 분노를 사는 예측하지 못한 사태가 일어나고 말았다.
아버지 김정일을 따르고 충성하던 군원로들만 따라 다니면 모든 것이 해결될 줄 알았던 김정은은 이 원로군인들의 안하무인, 막무가내 행동에 느낀 게 많을 것이다. 핵공갈에도 꿈쩍하지 않는 박근혜정부, 핵실험에도 아무런 감동(?)을 못 받은 남쪽 국민들. 중국의 북한은행과의 거래 중단, 피할 길 없는 미국과 유엔 그리고 서방세계의 강력한 제재조치, 그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것이 없다.
그러니 북한의 최고 기득권층인 군조직의 정비없이 이 사태를 해결할 방법이 없었을 것이고, 아버지 때부터 이어오던 선군정치를 당(黨) 우위정치로 바꿀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이미 김정은은 군경험이 전혀 없는 최룡해를 군의 핵심 직책인 총정치국장에 임명하고 고모부인 장성택도 군복을 입히는 등 군강경파의 힘과 색깔을 서서히 빼왔다. 당을 중심으로 한 김정은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조치들은 북한이 개혁개방의 노선을 채택하고 남한과의 경제협력만이 살 길이라는 내부 반성이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ㆍ미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마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4일 통일부 장관에게 개성공단 회담을 북한에 제의하라고 지시했다. 개성공단에 남아있는 완제품 반출이라는 명분이지만, 참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제의로 보여진다. 북한이 받을지 안 받을지 모르지만 거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거부하더라도 이 거절을 발판으로 다음 제의에는 틀림없는 반응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도 개성공단에서 쏟아져 들어오던 엄청난 노다지였던 빳빳한 현찰을 발길로 걷어차고 나서 크게 후회를 하고 있을 것이다. 북한 내 강경파들이 모두 모여있는 군부 내에서조차 ‘잘못된 결정’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이번에는 이 제의를 거부할지라도 가까운 시일 내 대화모드로 바뀔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특히 북한의 입장에서는 중국이나 미국보다도 더 큰 장애는 대한민국의 굳건함이다.
김정은은 70~80대 노인들의 꼭두각시 노릇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그 길은 평화공존과 개혁개방이다. 김정은의 모델은 멀리 있지 않다. 덩샤오핑까지 거슬러 올라갈 필요도 없다. 중국의 현재 지도부와 노선을 맞추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핵포기만 선행되면 확실한 지원을 약속한 박근혜정부의 당근도 대기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