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연구와 개발에 확실한 교두보가 구축됐다. 한국이 15일(현지시간) 스웨덴서 열린 북극이사회 각료회의에서 정식(영구) 옵서버 국가 자격을 획득한 것이다. 앞으로는 북극이사회의 모든 회의에 참석해 북극 항로와 자원 개발 등 논의와 결정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목소리 반영도 가능해졌다는 의미다. 북극은 남극과 달리 국제규범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아 북극이사회의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다. 정식 옵서버국 자격이 반가운 이유다. 우리의 북극 연구는 지난 2008년 그린란드 빙하 시추 프로젝트 참여가 시작이다. 주변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었지만 2009년 쇄빙선 아라호를 진수시켜 자체 연구ㆍ개발에 본격 나섰고, 이제는 선도 그룹으로 도약하게 됐다.
우리가 북극에 공을 들이는 것은 경제적 가치 때문이다. 북극은 한 마디로 자원의 보고(寶庫)다. 미국지질조사국(USGS) 조사 결과에 의하면 전 세계 미발견 석유와 가스의 4분의 1이 북극권에 분포돼 있다. 특히 불타는 얼음(burning ice)으로 불리는 가스 하이드레이트와 니켈 철광석 구리 우라늄 아연 다이아몬드 등 무진장한 자원이 매장돼 있다. 각종 어족자원이 풍부해 북극해 주변에는 전 세계 수산자원의 37%가 생산될 정도다. 우리가 즐겨먹는 명태 대구는 대부분 북극권 해역에서 잡아온다. 자원이 한정된 우리로선 마지막 남은 기회의 땅이다.
자원 못지않게 주목받는 것은 태평양과 대서양을 바로 잇는 북극해 항로다. 지금은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가는 선박들이 수에즈운하를 이용하고 있지만 북극 얼음이 더 녹으면 이 항로가 이를 대체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실제 부산항에서 수에즈운하를 거쳐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가려면 24일간 2만1000㎞를 항해해야 한다. 그러나 베링해를 지나 북극해 쪽으로 가면 거리가 1만2700㎞ 정도로 확 줄어 14일이면 충분하다. 지리적으로 비슷한 중국 일본이 일찌감치 이 항로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일본과 중국도 이번에 한국과 함께 정식 옵서버국 자격을 얻었다. 북극개발을 둘러싼 극동 3국의 경쟁은 한층 뜨거워질 수밖에 없다. 기술 역량과 열정 그 어느 면에서도 우리가 밀릴 이유는 없고 또 밀려서도 안 된다. 정부가 더 적극적이고 체계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아직 북극정책에 대한 마스터플랜조차 없다. 주먹구구식으로 단발 대응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은 해양수산부가 주무부처가 돼 북극 정책을 총괄하고 중장기적으로 전담조직을 둬야 한다. 지금부터 다시 해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