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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전창협> ‘나쁜 사람’ 들의 전성시대
극단은 늘 대형사고를 내포하고 있는 위치다. 끝에서 세상을 보다보니,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나 기본을 망각하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참 부끄럽다.



이 글을 쓸까 망설였지만, 치밀어 오르는 화를 누를 길 없어 쓴다. 이 칼럼은 잔인하다는 쪽에서 ‘19금’일 수도 있으니 알아서 읽기를 바란다.

몇 년 동안 산 책 중 가장 읽기 힘든 책이 있다. 어려워서가 아니라, 힘들어서다. 아직도 다 읽지 못하고 있고, 더 읽은 자신도 없다. ‘죽음의 수용소에서의 삶의 해부’란 부제가 말해 주듯, 아우슈비츠 등 죽음의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기록을 담은 ‘생존자’란 책이다.

길지만 한 대목만 옮겨본다. “설사에 걸린 많은 여자들은 수프 사발이나 양철 냄비를 구제책으로 삼았다. 그에 대한 형벌을 면하기 위해서 이 똥오줌이 담긴 그릇들을 바닥의 매트리스 밑에 숨겨두었다. 만약에 그것을 들키면 엉덩이에 스물 다섯대를 맞은 후에, 큰 돌을 들고 밤새도록 뾰족뾰족한 자갈 위에서 무릎을 꿇고 있어야 했다. 이 벌을 받으면 기진맥진한 ‘죄인’은 대개가 생에 종지부를 찍고 마는 것이었다.” 그나마 조금 나은 대목이 이 정도다.

일본 세균전 부대인 ‘731부대’의 잔학상도 이에 못지않다. 일본 제국주의는 한국 중국인 등 3000여명의 ‘마루타’를 대상으로 생체실험이란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질렀다.

“매일 2, 3명을 해부하지 않으면 일이 끝나지 않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많을 때는 하루에 5명까지 해부했다. 애 엄마인 종군위안부를 해부한 적도 있다. 울고 있는 아이 앞에서 엄마는 죽어갔다. ”

731부대에 복무한 와세다대 출신의 위생병의 증언이다. 여자포로에게 매독균을 주입해 진행과정을 살피거나, 사람들을 종대로 세워놓고 앞 사람의 가슴에 총을 쏴 관통력을 실험하기도 했다.

한 장의 사진에 분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요즘 막 나가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731이란 숫자가 선명하게 찍힌 자위대 항공기에서 엄지를 치켜들고 웃는 모습의 사진이 지난주 많은 신문에 실렸다. 우연이라고 하지만, 요즘 아베의 행보를 보면 철저히 계산된 행동으로 보는 게 맞다. ‘독일 총리가 나치 친위대 유니폼을 입은 것과 같다’란 외신 반응은 이 사진의 행간을 정확하게 말하고 있다.

아베 총리가 오랜만의 일본 경제 활황으로 70% 넘는 인기에 도취돼 극우적 행보를 멈추지 않고 있다. 돈을 찍어내는 인위적인 엔저에 기댄 사상누각 같은 인기인 듯 보이지만 아베에 높은 지지를 보내는 일본 국민들은 누구인지에 대한 회의에 빠진다.

청와대 대변인의 ‘알몸’ 운운 기사가 신문 1면 톱기사가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임명 초기부터 문제가 됐던 건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글이다. 일부에선 그의 성향이 극우라고 하지만, 정작 극단적인 것은 그의 글이었다. 문어(文語)가 갖춰야 할 최소한의 품격마저 잊어버린 사적담화 수준의 글들이 적잖았다. 개인적으로 그의 글을 읽을 때마다 사카린을 한 움큼 삼킨 쓰고 불쾌한 느낌이었다. 윤봉길 의사를 문중 할아버지라 했던 그가 결국 큰일을 저질렀다.

극단은 늘 대형사고를 내포하고 있는 위치다. 끝에서 세상을 보다보니,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나 기본을 망각하기 때문이다.

아베, 윤창중. 참 부끄럽다. 

jlj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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