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3년전인 2010년 5월22일 대성당측이 지난날을 반성하며 코페르니쿠스에게 ‘영웅’의 예우를 갖춰 유해를 재안장했다. 머릿카락, 치아 등 유해발굴과 유전자 감식과정을 거쳐 무명씨(無名氏)가 될 뻔한 그의 신원을 어렵게 확인했다고 한다. 새로 세운 화강암 묘비에는 지동설을 표시하는 태양계도 새겨넣었다.
코페르니쿠스는 성직자였기에 규탄만 받았을 뿐 처벌은 받지 않았다. 하지만 가톨릭 신자인 이탈리아 자연철학자 조르다노 부르노(1548~1600)는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근거로 ‘세계=자연’이라는 점을 설파했다가 1591년 체포돼 9년 뒤 화형당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1564~1642)는 1613년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지지하는 편지를 출판하는 등 세 차례 지동설 관련 사안 기소돼 결국 종신 가택연금을 당했다. 교황청은 1992년에야 그에게 무죄판결을 내렸고, 2008년 명예회복 절차를 밟았다.
하도 지동설 입증 학설이 난무하자 교황청은 1616년 코페르니쿠스의 저서 ‘천체의 회전에 관하여’를 금서목록으로 지정했다가 ‘움직일 수 없는 과학’으로 증명된 1835년에 들어서야 해제했다.
코페르니쿠스 이전 모든 시대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허상을 거쳐야 했다. ‘코페르니쿠스적 전환’ 이후 시대에도 허상 바로잡기가 힘들기는 마찬가지여서 잘못된 인식을 대중들까지 바로잡는데 3세기를 지나야 했고, 올바른 과학을 규탄당한 코페르니쿠스가 복권되는데 5세기가 걸린 것이다. 지구는 우주의 중심이라는 특권을 잃었지만, 지구인들은 거짓으로부터의 자유를 얻었다.
요즘 나라 안팎의 정치권을 보면 우주가 자신을 중심으로 돈다고 착각하는 작자들이 적지 않은 듯 하다. 자기완결적 논리로 꿰 맞추는 과정에서 거짓말도 서슴지 않는다. “허리 툭 한 차례 쳤을 뿐”, “위안부는 필요했다”는 발언도 그렇고, 국민 수만명을 학살한 자신을 ‘사나운 바다를 항해하는 선장’이라고 치장한 알 아사드 시리아대통령의 퇴진불가론도 그렇다.
미국 심리학자 알버트 엘리스는 “사물이 인간을 교란시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사물에 대해 지니는 견해가 인간을 교란시킨다”고 했다. 허상을 믿게 하는 것은 모두에게 불행이다. 세상이 자신을 중심으로 돈다고 생각하고 행동했다가 그렇지 않음을 확인했을땐 이미 자신은 치명적 상황을 맞았을지도 모른다. 코페르니쿠스적 대전환 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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