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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정리의 신
언제부턴가 정리에 기술이라는 말이 붙으면서 이와 관련된 책이 심심치 않게 베스트셀러에 오르곤 한다. ‘정리도 무슨 기술이 필요한가?’ ‘오죽 정리를 못하면 이런 걸 책으로 사봐?’라는 게 주위의 일반적인 반응이다. 사실 버리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책상 정리 한번 하려 해도 큰 맘 먹어야 한다. 무엇을 버릴지 선택하는 데도 나름의 기준이 필요하다. 그러니 정리란 게 육체 노동인 동시에 정신 노동이기도 하다.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계속 저장해 두는 사람을 ‘호더스(hoarders)’라는 일종의 강박장애로 부른다. 심리학자들은 그 이유를 두려움으로 해석한다. 물건에 담긴 과거의 행복한 추억이 버리는 동시에 사라질까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여기엔 그런 행복은 다시 찾아오지 않을지 모른다는 또 다른 두려움이 깔려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과거의 좋았던 기억에 매달려 있는 한 현실에서 더 좋은 것을 찾으려는 행동을 막는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정리의 고수들이 말하는 정리술은 어떤가? 미국 잡동사니 처리전문가 브룩스 팔머는 우선 무엇을 버릴지 자기기준을 마련하라고 권한다. 그 잣대는 ‘그 물건이 당신의 기분을 좋게 하는가’이다. 버리기로 결정했다면 방을 미술관으로 가정하고 친구를 데려와 작품(물건)을 판매한다. 물건의 가치는 얼마나 열정적으로 판촉 노력을 기울였냐로 결정된다. ‘일본 정리정돈의 여신’으로 불리는 곤도 마리에는 ‘설레지 않는 것은 무조건 버리라’고 조언한다. 마리에는 물건을 버릴 때 물건마다 고마웠다고 말한단다. 그에 따르면 정리를 못하는 건 올바른 정리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나아가면 물건을 살 때부터 꼭 필요한지 따지는 소비행태의 변화로 이어진다. 버릴 물건이 쌓인 걸 볼 때 느끼는 죄의식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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