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임금협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21일 시작한 노사 대표 간 교섭을 보고 있자니 지금 은행권이 제 정신인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노조 측은 이날 알려진 대로 8.1%의 인상안을 사측에 제시했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높은 연봉으로 세간의 눈총이 따가운데 물가상승률을 훨씬 웃도는 인상요구라니 가당치도 않다. 주요 시중은행의 1인당 평균 연봉은 지난해 기준 7600만원으로 국내 최고 수준이다. 대우가 좋다는 10대 그룹 대표기업 평균 연봉이 660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이들이 얼마나 염치없는 요구를 하는지 알 수 있다.
더욱이 작금의 은행 경영은 최근 10년 이래 최악이라 할 정도로 상황이 어렵다. 실제 올 1/4분기 은행의 순이익은 1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거의 반 토막이 났다. 이에 따라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자기자본순이익률은 0.4%로 뚝 떨어졌다. 게다가 경기 불황이 길어지면서 늘어난 부실채권이 20조원을 넘어 자산 건전성을 압박하고 있다. 경영 수익악화가 구조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한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런 까닭에서다.
지금은 연봉 인상을 논할 게 아니라 체질개선과 경영합리화 같은 혁신적 자구노력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다. 특히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지 않으면 생존마저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당장 지점 등 영업점 수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인력을 조정하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인터넷과 모바일 이용 확산으로 입출금과 예금조회를 위해 영업점 창구를 찾는 고객은 이제 5%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지점 수는 10년 새 1600개 이상 늘어났다. 인력을 줄이지 못해 마지못해 운영하는 영업점이 은행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는 것이다.
정말 달라져야 할 집단은 경영진이다. 영업외 지출 억제, 영업시간 특화, 지점 통폐합 등 나름 비상경영방안을 내놓지만 도무지 절박함이 보이지 않는다. 최근 은행 경영이 어려운 것은 그동안 이자 따먹기에 치중한 손쉬운 영업 방식에 안주한 탓이 크다. 비이자 영업 비중을 확대하고 해외 시장개척에 주력하는 등 수익구조를 다변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개선이 시급하다. 더 이상 공적자금으로 은행을 구해주는 일은 없을 것이다.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젠 은행도 망할 수 있다는 사실을 경영진과 노조 모두 깨달아야 한다. 한가하게 임금 타령이나 하고 있을 게재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