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여파로 일본 관광객이 40%나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중국 요우커들은 왜 확 줄었을까. 안보불안 하나로는 뭔가 설명이 부족하다. 서울관광, 콘텐츠ㆍ기법 죄다 부실하다. 이런 식이면 올 이 없고, 온들 후회 않을 이 있을까.
부처님 덕에 모처럼 얻은 황금연휴, 그런데 지방에서 지인 몇이 불쑥 서울에 왔다. 피할 수 없는 처지인데다 사대문 지리에 밝은 덕 좀 보자는데 달리 방도가 없었다. 부랴부랴 인터넷을 뒤져 간신히 회현동 뒷골목 중급 호텔을 잡는 데 성공했다.
불청객들을 모시고 맨 먼저 간 곳은 남대문시장. 인파로 도떼기시장이 따로 없다. 정상거래가 되기나 하는지 의심스럽다. 이리저리 떼밀리다 사든 것은 부채, 손수건, 음료수 정도가 고작. 장사가 되느냐고 물었더니 한 점원, 두 팔로 X표를 보낸다.
새로 지은 숭례문에서 한숨 돌리고 명동 행. 예외 없이 사람물결이다. 액세서리 상인에게 어떠냐고 물었다. 0.3초만의 답, “없어요. 없어” 말하자면 ‘돈 되는’ 중국이나 일본 관광객들이 씨가 말랐다는 의미다. 실제로 두세 시간 동안 외국인 말소리를 거의 들을 수 없었다. 온통 거리마다 사투리로 소란만 떨지 맛보고 즐기는 흥이 없다.
다음 코스는 남산타워. TV로만 보던 ‘명품타워’에서 장관을 즐기며 살짝 덜 익힌 스테이크에 레드와인. 침샘을 자극하며 케이블카 탑승장에 도착해보니 웬걸, 수백 명이 줄 섰다. 결국 땀 뻘뻘 흘리며 가파른 계단 길을 남들 따라 오르길 반시간 남짓. 막상 도착한 남산타워 주변은 더 악 소리 났다. 팔각정 일대가 발 디딜 틈조차 없다. 신명나는 이벤트 때문이냐면 그것도 아니다. 페루인 1인 악사의 거리 공연이 고작이다. 기다림에 지친 이들의 장사진.
한참 줄서서 티켓을 구해 입장 루트인 지하층에 갔지만 사정은 더 나빴다. 보채는 아이들, 짜증난 연인들, 지친 어르신들 모두 주저앉았다. 여기저기 기웃대도 모두 만원. 또 묻는다. 사람 많아 떼돈 벌겠다고. 여성 점원 힐끔 던진 말, “공짜 기념 팝콘만 불티나네요”.
한 시간 더 지체하고 입장 순서. 그런데 이건 또 뭔가. 승강기 앞 어두침침한 좁은 공간에서 40여분 동안 웅성대다 드디어 타워 행. 빛의 속도라는 안내 코멘트에 딱 맞는 엘리베이터에 밀려드는 큰 허탈감.
기를 쓰고 오른 전망대엔 그나마 더러 외국인이 보인다. 저마다 빙빙 둘러보며 거대한 서울을 내려다보느라 정신없다. 그러나 그것도 반시간이면 딱이다. “아따 넓다” “워매 겁나부러” “뭔 놈의 빌딩이 저리 많은겨?” 따분한데다 상대적 박탈감, 뭐 그런 것도 엿보인다. 기념품 코너는 그렇다 치더라도 웬 고공 뷰티숍?
하강하려는 데 또 긴 행렬이다. 족히 한 시간 기다려 쏜살같이 바닥에 닿았지만 케이블카에 인파가 여전하다. 결국 계단으로 하산해보지만 장시간 직립에 따른 무릎통증을 호소한다. 해는 저물고 주린 배를 채우고 나니 지친다. 숙소로 향하는 일행들, 하품 섞어 말한다. “구경 한번 자~알 했다.”
엔저 여파로 일본 관광객이 지난해보다 40%나 줄어들었다고 한다. 맞는 얘기다. 그렇다면 중국 요우커들은 왜 확 줄었을까. 안보불안 하나로는 뭔가 설명이 부족하다. 서울관광, 용량ㆍ콘텐츠ㆍ기법 죄다 부실하다. 이런 식이면 올 이 없고, 온들 후회 않을 이 있을까. 내 손님들, 분명 그랬을 것이다. “서울? 다시 오나 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