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4주기 추도식장.
애국가에 이어 추모곡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제창됐지만, 새누리당 지도부로 3년 만에 추도식에 참석한 최경환 원내대표의 입은 굳게 닫혀 있었다. “왜 부르지 않았냐”고 물었더니 답은 “모르는 노래고, 가사도 모릅니다”였다. 우문현답(愚問賢答)일까. 영남 출신에, 1970년대 대학에 다닌 최 대표가 1981년에 만들어진 이 노래를 모를 수도 있다. 그런데 최근 보훈처가 5ㆍ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이 노래의 제창을 빼면서 논란이 됐는데, 가사는 그렇다고 해도 노래까지 아예 모를까?
이날 청와대를 대표해 온 이정현 정무수석. 그런데 유족들과 인사하려던 그가 사저에 들어가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상주’였던 문재인 의원이 기자들에 둘러싸여 사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 탓에 길이 막혀서다. 이 때문에 이 수석은 빈 추도식장에서 자리가 메워지기 전까지 약 20여분간을 후끈한 뙤약볕 아래에 서 있어야 했다. 아랍 속담에 ‘손님이 찾아오지 않는 집은 천사도 찾아오지 않는다’고 했던가. 손님을 맞지 않는 집은 천사도 맞지 못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손님맞이가 소홀한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 보였다. 이날 민주당은 ‘콩가루’였다.
문재인, 이해찬, 박남춘 의원 등 이른바 ‘친노’의원들은 권양숙 여사(VIP)가 앉은 ‘유족석’에 앉았다. 김한길 당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귀빈석’에 자리 잡았다. 대부분이 민주당원인 노 전 대통령 유족들에게 지금 민주당 지도부는 손님인 셈이다. 그런데 손님인 민주당은 이날 ‘노무현 추도식’을 당 주도로 치르는 방안을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불과 열흘 전, 이곳을 찾았던 민주당 새 지도부는 배우 출신의 한 친노 인사로부터 조롱을 받았다. 과연 객(客)이 주(主)가 될 수 있을까?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라며, 슬퍼하지도 원망하지도 말라며 떠난 노 전 대통령이다.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이나, 친노나 비노나 노 전 대통령에게는 국민의 한 조각이지 않았을까. 그런데 4년 지나서도, 함께하겠다고 모인 ‘조각들’에게는 슬픔과 원망이 아직도 가득했다. 운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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