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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요광장 - 정용덕> 朴대통령이 극복해야할 朴대통령의 유산
박정희가 세운 ‘한국형 행정국가’
靑·공기업 신설등 갈수록 전문화
이젠 칸막이 없애는 ‘자기조직화’
소통·협력의 ‘창조’ 화두 격려해야



제 18대 대통령이 되기까지 박근혜 대통령은 선친 박정희 대통령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박정희 대통령이 18년 동안 쌓아 놓은 인적 자산이 그의 핵심 지지세력이 되었으며, 그가 이루어 낸 산업화 업적이 대다수 유권자들의 표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박정희 시대의 부정적 유산이 박근혜 후보의 당선에 걸림돌이 될 뻔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의 선친이 남긴 이와 같은 긍정적 및 부정적 유산들을 가려내어 지키고 극복해야 할 이원적 과제가 주어진 셈이다.

국정 운영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이루어 놓은 업적은 그가 ‘한국형 행정국가’를 제도화시킨 점이다. 유럽에서 17세기부터, 미국에서는 19세기 말에 뿌리 내리기 시작한 근대적인 관료제 국가행정은 대한민국이 정부 수립과 더불어 추구했던 이상형이었다. 그러나 자유당 집권시기에는 근대적 관료제의 기본요건 가운데 하나인 정기적인 공무원 봉급도 지급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실적제를 근간으로 하는 직업공무원제가 본격적으로 제도화되기 시작한 것은 박 대통령의 집권 2기인 1960년대 말부터였다. 행정고시의 확대를 통해 젊고 유능한 인재들을 다수 등용시키고, 주기적인 국내외 교육훈련을 통해 그들의 관리능력을 증진시켰다.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 뜰에 지금도 세워져 있는 ‘내 일생 조국과 민족을 위해’라는 그의 휘호가 암시하듯이, 공무원들에게 국가발전의 ‘역군’이라는 공통의 가치관을 심어 주었다.

구조 면에서도 큰 변화가 이뤄졌다. 국가 주도의 산업화 추진을 위해 부처와 청 그리고 공기업의 신설을 포함한 행정조직의 분화(즉 전문화)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이처럼 분화된 행정기구들의 업무가 전체 국가발전의 목표에 부합하도록 통합(즉 조정)하기 위한 행정기구들을 확대했다. 정책분야별로 분화된 청와대 수석비서관실 체제와 경제기획원을 비롯해 기획조정, 예산, 조직, 인사, 법제, 홍보, 통제, 중앙지방관계 등의 기능을 담당하는 중앙관리기구(central agency)들을 확대 개편해 활용했다. 이들을 통해 국정을 하향식으로 일사불란하게 지휘함으로써 ‘압축’ 산업화 정책을 효과적으로 추진했다. 가히 ‘박정희 체제’로 지칭될 이 시스템은 그 이후에 집권한 7명의 대통령이 이념이나 소속 정당과는 무관하게 수용한 한국형 국정관리 모델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 선진국을 모방하면서 ‘따라잡는’ 식은 더 이상 한국이 지향해야 할 발전 패러다임이 아니다. 박근혜 행정부가 국정철학에서 강조하는 ‘창조’는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부응하려는 화두인 것으로 읽힌다. 그런데 창조는 근본적으로 자율과 융합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공사 부문의 모든 사람과 조직들이 ‘칸막이’ 없이 소통과 협력이 이루어지고 자기조직화(self-organizing)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어야 비로소 가능한 일이다. 옆을 보지 못하도록 눈가리개를 한 경마처럼 위에서 설정하고 지시한 목표를 향해 일사불란하게 내달리는 ‘칸막이’ 조직들에게서 창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창조가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국정시스템 전반의 획기적인 분권 개혁이 선행돼야 하는 이유다.

이는 박정희 대통령에 의해 구축된 한국형 행정국가의 일부 해체를 의미한다. 박정희 체제가 여전히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스스로를 위로부터 과감하게 해체하면서 창조라는 화두를 제시하고 격려하는 선까지이다. 그러나 그것의 집행은 국가와 사회 부문의 행위자들이 상호 어우러지면서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자율과 분권을 유도해야 한다. 이는 매우 상충적이고 이원적이며 복잡하고 무정형의 국정운영 방식을 의미한다. 이 모호하고 쉽지 않은 개혁이 5년 동안 얼마나 실현될 수 있을지 행정사가들이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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