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으로서는 유일한 지원세력 중국마저 국제적 대북 제재에 동참하고 있는 현재 국면이 가장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룡해 북한군 총정치국장의 특사 방중은 이 긴박한 상황 타개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그만큼 이번 특사 방중은 덜 준비된 급조행사였던 데다 중국의 대북자세도 전례 없이 견고함으로써 북의 특사 전략은 성공했다기보다 새로운 숙제만 떠안은 형국이 되었다.
이번 특사 외교에서 보여준 중국의 견고한 자세는 그러나 중국의 대북 정책기조의 근본적 변화를 반영하기보다는 그동안 북의 무절제와 과잉 도발이 자칫 중국의 이해관계마저 저촉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 특히 특사 면담에서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비핵화를 반복적으로 강력히 주문함으로써 북의 대화 제스처를 무색하게 만든 점은 주목할 만하다. 북은 그동안 극단적 도발과 긴장 조성 뒤에 대화 메뉴를 슬쩍 꺼내는 극적 반전 효과 전략을 즐겨 사용해왔다. 이번에도 똑같은 패턴을 보였지만 이번만큼은 중국이 예전처럼 무조건 수용하지는 않은 것 같다.
이런 중국의 태도는 북을 적지 않게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최룡해 귀국 후 북에서는 그 어떤 비핵화나 6자 대화 언급도 나오지 않고 있음을 볼 때 북은 내부적으로 전략적 재정비를 위해 당분간 치열한 내부 진통을 겪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리고 이런 진통과 전략 재편성 과정에서는 통상적으로 그 어떤 대외 정책도 동결돼온 점에서 당분간 남북 관계는 냉각 내지 소강국면이 지속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더구나 다음달 초 미ㆍ중 정상회담과 월말 한ㆍ중 정상회담 등 중요한 외교 일정이 몰려있기 때문에 북은 대화 제스처 외에는 거의 대외관계를 일정기간 동안 묶어 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성급한 낙관이나 조급한 대화 드라이브 등 부질없는 경솔함보다는 핵심적 이해 관계국들과의 대국적 연대와 협력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긴장 완화, 나아가서는 상생과 공존을 통한 동북아 안정의 기초를 닦는다는 큰 틀의 안보구상을 다듬어야 할 때다.
이런 점에서 다음달 한ㆍ중 정상회담에 대비해 모든 지혜와 통찰을 쏟아 내겠다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여러 측면에서 출구 전략이 아쉬운 북에는 비핵화 외에 다른 선택이 있을 수 없음을 끈질기고 일관되게 설득하고 유인해야 하는 책임도 우리가 지고 있다. 북이 계속 핵에 집착하는 한 어떤 쌍무적 또는 다자간 대화도 공허한 수사만 오가는 시간낭비가 될 뿐임을 모든 당사자들이 함께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