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연속극을 보는데 야구 본다며 채널을 돌리는 남자’ ‘아내가 해준 음식을 맛없다고 타박하는 남자’ ‘모임에 참석했다 밤늦게 들어오는 아내에게 어디 갔다 오느냐고 물어 보는 남자’ 등 ‘간 큰 남자’시리즈는 40~60대 남성들에게는 우스갯소리로만 여기기 어려운, 현실적 측면도 있다고 한다.
이런 저런 통계를 들여다보면 남성의 평가 하락은 가히 전 생애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육아정책연구소의 2011년 조사에서 신랑이 바라는 자녀 성별은 딸 40.7%, 아들 26.1%였고, 임신한 신부는 딸 39.5%, 아들 30.3%였다. 취업포털 알바몬의 2009년 조사에서 남대생의 63.3%가 ‘처가살이도 좋다’고 응답해 여대생의 시집살이 수용비율(45.8%)보다 훨씬 높았다.
그런데 이건 좀 심했다. “엄마, 냉장고, 강아지가 있어서 좋다. 아빠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는 어느 초등학생의 시(詩)가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한 적이 있다. 요즘 대한민국 남성의 위치를 잘 말해준다.
가족 부양을 위해 일하느라 얼굴을 자주 보지 못했다는 이유로 아빠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일은 참으로 슬픈 노릇이다. 이는 아빠의 의미와 노고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엄마의 잘못도 적지 않다. 나흘밖에 남지 않은 ‘가정의 달’ 5월이 가기 전에, 대한민국 아빠들의 노고를 마음 깊이 되새겨주었으면 한다.
함영훈 미래사업본부장/ abc@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