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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CJ 수사 엄정 기하되 신속하게 끝내야
CJ그룹 비자금 의혹 사건 수사가 빠른 속도로 확대되면서 그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시선이 집중되는 것은 이번 수사가 박근혜정부의 경제민주화 또는 지하경제 양성화 공약과 어떤 연관성을 갖느냐 하는 점이다. 경제민주화 공약은 정부와 여당 내부에서조차 개념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아직은 모색 수준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CJ사건이 새 정부의 정책 노선과 특별한 연관성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정권 교체기에 자주 나타나는 재벌 손보기로 치부하기에도 수사가 너무 광범위하다.

검찰은 CJ그룹의 주요 계열사를 동시에 압수 수색해 웬만한 자료는 모두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관련 임직원들 주택과 자동차는 물론 국세청과 한국거래소까지 뒤져 과세와 주식거래 내역 등 확보 자료의 폭이 상당히 넓은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이 같은 수사 방향으로 미루어 볼 때 CJ사건은 단순한 비자금과 관련한 탈세만이 아닌 듯하다. 편법 상속과 증여, 해외재산 운용과 국제거래를 이용한 자금세탁, 나아가 주가조작 의혹까지 포괄적으로 수사 대상에 포함됐다고 봐야 한다.

따지고 보면 재벌그룹 오너 일가들이 재산을 남의 이름으로 분산 은닉해 각종 세금을 포탈하고 불법 상속 증여의 수단으로 활용해온 예는 CJ말고도 많다. 대기업의 글로벌화로 해외 사무소와의 거래도 많이 늘었다. 그러나 해외자산 운용의 차원을 넘어 비자금 관리 세탁을 위한 수단으로 해외 네트워크를 이용하거나, 비자금을 조성해 주가조작을 시도했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또 하나의 중요한 측면은 CJ가 설탕이나 밀 등 주요 원자재 수입과정에서 가격을 부풀려 해외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전직 임원의 폭로다. 이게 사실이라면 이는 다른 불법 행위보다 더 엄중하게 조사하고 처리해야 한다. 이런 가격 조작은 결국 국내 물가를 올리고 소비자에게 그 부담을 전가하는 부작용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내부 정보를 이용하는 외자위장 주가조작 의혹도 심각성은 마찬가지다.

다만 수사 장기화가 초래할 경제적 파급을 생각한다면 되도록 최대한 신속하게 결론을 내려야 한다. 때마침 해외 조세피난처 계좌 보유자 2차 명단이 공개되면서 해외 탈세에 대한 세간의 관심도 크게 높아졌다. 조세피난처 법인 2500여개, 계좌 수 20여만개에 이른 현실에서 이 부분에 대한 정부 차원의 새로운 관리 감시체제 강화도 시급해졌다. 이제 편법이 적당히 통하던 시대는 확실히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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