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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O 칼럼 - 이영규> ‘사람중심 경영’ 장수기업으로 가는 길
1000년 기업 7개, 500년 기업 39개, 100년 기업 2만2000여개. 장수기업 천국이라 일컬어지는 일본 장수기업의 현주소다. 개인기업과 법인기업을 포함해 100년이 넘은 기업이 고작 3곳뿐인 우리와는 비교하기 조차 멋쩍다.

침체의 늪에서 허덕이던 일본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일본 경제가 다시 꿈틀대고 있는 현상에 대해 일본 정부의 반복되는 정책 실패 속에서도 굳건하게 버틴 일본 내 장수기업들의 역할이 상당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최근 일본의 장수기업 CEO들에게 기업의 장수 비결과 관련된 단어를 하나만 들어달라고 요청했더니 70% 이상이 ‘신(信)’이라고 대답했다. 협력업체로부터 신용을 얻었고 직원들과 오랜 기간 신뢰를 쌓아온 것이 장수의 비결이라는 것이다.

초우량 기업을 통해 장수기업의 비밀을 탐구한 짐 콜린스 역시 위대한 기업들은 전략이나 조직보다 사람을 더 중시한다고 결론은 내렸다. 모든 기업이 이익을 중시하지만 초우량기업은 이익과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충돌할 경우 기꺼이 이익을 포기함으로써 시장, 즉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한다는 것이다.

우리 역사에서도 이익보다는 사람을 중시하던 상도(商道)는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조선시대 거상 임상옥도 ‘장사란 돈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며 사람이야말로 장사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이윤’이라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조선 최고의 거부로 성장했다.

이처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이 기업의 생명력과 직결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일부 기업이 이를 망각한 행동들로 뭇매를 맞고 있다. 기업은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이익을 남기는 것만이 생존 조건이지만 그 이익은 사람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기본적인 생각에는 미치지 못했던 모양이다. 요즘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갑을관계’ 논란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 사회의 관계가 오직 갑과 을로만 대별되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요즘 필자는 새로이 마음을 다잡고 안팎으로 ‘사람 중심 경영’에 집중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기업과 직원, 기업과 대리점주, 서비스와 고객 사이에 발생하는 모든 문제가 결국은 사람과 사람 간 신뢰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은 ‘소통’이다. 그 일환으로 직원 및 대리점주들과 대화의 시간을 마련하고자 정기적으로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새로운 공간에서 자기계발을 위한 교육을 진행하고 그들의 노고를 공유하며 회사의 비전을 제시해준다. 웰크론그룹이 매년 산악등반, 체육대회, 야간행군, 마라톤 등의 행사를 이어가는 것도 경영자와 직원들이 함께 땀 흘리고 노력하며 성취의 기쁨을 공유할 수 있는 소통의 시간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웰크론도 어느새 창립 21주년을 맞았다. 작은 섬유회사에서 시작해 이제는 4개 계열사가 모여 어엿한 그룹사의 모양을 갖췄다. 이제 숨 가쁘게 달려온 20년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20년을 위해 재정비해야 할 시점이다. 단순히 오래된 회사로 기억되기보다는 100년이 넘어도 여전히 사람과 신뢰를 중시하는 대표 장수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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