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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윤재섭> 日극우 책임있는 정치가 없다
윤재섭사회부장
일본의 극우 정치인들은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한국, 중국의 감정을 자극하고, 국가간 반목을 키우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들의 갈지자 정치행보가 계속되는 한 동아시아의 공동 번영은 기대하기 어렵다.



일본의 두 보수 정치인 행보가 눈꼴사납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오사카 시장을 맡고 있는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일본 유신회 공동대표 얘기다.

아베는 “침략의 정의는 정해지지 않았다”며 일제 침략을 부정하는 듯 발언하더니 파문이 일자 “일본이 침략하지 않았다고 말한 적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다”고 한발 물러섰다. 지난 12일 그는 자위대 기지를 시찰하다가 일본의 전쟁만행을 상징하는 731부대(인체실험 부대)를 연상시키는 731 숫자가 새겨진 공군 훈련기에 올라타 물의를 빚기도 했다. 과거사를 뉘우치지 않고 제국주의의 향수를 그리는 듯한 행위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그제야 일본 정부가 나서 ‘의도하지 않은 실수’라고 해명했다. 전형적인 치고 빠지기다. 정치 9단의 교활함이 드러난다.

하시모토 시장의 튀는 발언은 아베 못지않다. 아니 정제되지 않은 그의 망언은 아베의 뺨을 친다. 그는 지난 20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대해 “제2차 대전 이후 베트남전에서 한국군이든 모두가 전쟁터의 성 문제로 여성을 이용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일본의 위안부 문제를 물타기 하기 위해 베트남 파병 한국군을 들먹인 것이다. 하시모토는 26일에는 나의 인식과 견해라는 성명서를 통해 “주일 미군은 매매춘업소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주일 미군의 성매매를 인정하고, 후원하는 도량 깊은 대인의 모습을 보여주려 했던 것일까. 그는 이 발언이 미국 내에서조차 문제가 되자 “미군뿐만 아니라 미국 국민이 모욕으로 느낄 수 있는 부적절한 표현이 있었다. 발언을 철회하고 사죄한다”고 한발 뺏다. 하지만 모욕을 안긴 한국과 월남 파병군에는 일체 사과하지 않았다.

일본 우파 정치인들의 망언이 도를 넘고 있다. 국제사회도 이를 국가주의적 망언(Chest-thumping)이라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아베나 하시모토가 의도하는 바는 분명하다. 7월 일본 참의원 선거와 앞서 극우세력을 규합해 정치권력을 갖기 위함일 것이다.

이들에게서 막스 베버(Max Weber)가 강조했던 ‘책임있는 직업적 정치가’의 모습을 찾기란 어렵다.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꼼수와 음모를 동원하는 ‘정치적 인간’이 그려질 뿐이다. 라스웰(Harold Dwight Lasswell)이 ‘권력과 인간’이란 저서에서 지적한 대로 자신의 권력욕을 채우기 위해 공공이익이란 미명하에 사적동기를 합리화하려는 현대 정치적 인간의 모습에 가깝다.

동아시아의 평화공존을 위해서는 한국과 중국, 일본의 협력이 긴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인들이 불행한 과거사를 정리하고, 상호 협력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정치역량을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지금 일본의 극우 정치인들에게서 책임있는 자세를 엿보기 어렵다.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한국, 중국민의 감정을 자극하고, 국가 간 반목을 키우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일제 침략의 불행한 역사도 당시 몰지각한 정치인과 군부에 의해 저질러진 일이다. 일본의 극우 정치인들의 갈지자 정치행보가 계속되는 한 동아시아의 공동 번영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일본 국민도 꼭 알았으면 한다.

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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