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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 광장 - 함영훈> 전범 日의‘적반하장’, 박근혜 외교의 호재
노골적 역사 부정 일본의 태도
동아시아·환태평양 국가들 분노
朴 대통령 유리한 외교재료 확보
중·러 다음 순방서 일본 제외를



미국을 다녀온 뒤 박근혜 대통령이 동북아 4강 외교의 우선순위를 놓고 고민 중이다. 전임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일본-중국 순으로 방문했고, 당적이 달랐던 10년 전 노무현 대통령도 그랬다. 관행이다. 하지만 최근 일본의 ‘준동’이 금도를 넘자 제2, 제3 순방국에서조차 일본을 제외할 방침인 듯하다.

일본의 아베 신조 정권은 태평양전쟁 중 동아시아 각국 여성 성폭행에 대한 사과를 명시한 ‘고노 담화’를 후퇴시키겠다고 공언하더니, 교과서 검정, 외교청서, 방위백서에서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겼다. 한 술 더 떠 최근 “위안부 동원이 필요했다”고 주장한다. 비난이 거세자 미국에는 사과하고 동아시아 각국에는 사과하지 않는 ‘분리수거’ 꼼수까지 부린다. 아베의 행보는 침략 사죄의 자세를 접고, ‘잘못한 게 뭐냐’는 적반하장(賊反荷杖) 수준에 달한 것이다.

“미안하다”→“미안하긴 하다”→“미안한지 모르겠다”→“그렇게 한 것은 당연하다”→“미안해야 할 필요없다. 그때처럼 힘을 키우겠다”는 식의 ‘얍삽한’ 식언(食言)의 연속이었다. 유럽의 평화, 그 근저에는 독일의 처절한 전범 단죄와 사과, 재발방지책이 있었다. 하지만 일본은 사과하는 척하면서 진정성을 의심받더니 결국은 아베에 이르러 모든 게 거짓말로 귀결되고 말았다.

1965년 시나 에쓰사부로 외무대신은 패망 20년이 지나서야 한ㆍ일 국교 정상화를 앞두고 반성한다고 했고, 이후 나카소네 야스히로 이후 숱한 총리가 반성을 언급했다. 특히 1992년 미야자와 기이치 총리는 “잘못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다음 세대에 역사를 바르게 전달해야 한다고 느끼고 있다. 청소년들에게 경계심을 배양시켜 나갈 결의를 갖고 있다”고까지 했다.

1995년 중의원은 반성의 의미로 ‘부전(不戰) 결의’를 했고, 6년 전에도 총리를 맡았던 아베 신조 역시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해 사죄하며, 이는 ‘고노 담화’에서 말하고 있는 그대로이다”고 했다. 결국 아베는 아시아 각국을 속였다.

박 대통령이 4강외교의 두 번째 나라로 동북아 평화를 위해 일정한 역할이 기대되는 중국을 택했다. 이어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오는 9월 초 G20 정상회의 때 만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ㆍ중ㆍ러 다음의 순방국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일본이어서는 안된다. 동북아 외교의 ‘제1 상수’는 일본의 반성인데, 준동하는 일본의 행태를 좌시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현재 동북아에는 각국 간 역사, 영토 분쟁, 미국ㆍ중국 간 냉기류, 북핵문제, 일본 재무장 움직임, 미국의 선택적 대일 지원, 중ㆍ러 협력 강화 등 여러 이슈들이 요동치지만, 가장 중요한 변수는 독일처럼 완전하게 반성하지 않는 일본의 오만이 동아시아 환태평양 제국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박 대통령의 러시아 다음 순방 행보는 환태평양 신흥국이어야 한다. 브릭스(BRICSㆍ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는 미국 일본도 무시 못할 신흥세력으로 일찌감치 부상했고, 최근 미스트(MISTㆍ멕시코 인도네시아 한국 터키)가 깔보기 힘든 국가군으로 부상했음에 유념하자. 아세안(ASEAN) 등 환태평양 주요국과의 연대감은 나아가 미국, 중국의 적극적인 대일 견제행보를 견인해낼 고리가 될 것이다. ‘동북아 미꾸라지’ 일본을 집단 견제하는 일은 동아시아 경제를 일본이 편법을 동원해 쥐락펴락하는 행태를 억제하는 효과도 낼 것으로 보인다.

독일의 대표 언론 FAZ는 24일 ‘일본의 고립’이라는 제목의 1면 사설을 통해 일본의 약한 고리를 신랄히 비난했다. 박 대통령이 대일, 대중 외교에 좌고우면하지 않아도 될 옵션은 널려있다. 통 큰 지혜와 내실 있는 자신감을 가졌으면 한다. 동아시아, 환태평양 외교의 ‘상수 K’는 전범 일본의 오만이고, 이에 관련국 모두 분개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가 활용할 가장 확실한 외교재료임을 새삼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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