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교일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CJ그룹에 대한 압수수색 당일 현장에 나온 수사검사들에게 일일이 전화해 수사와 관련한 모종의 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져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것이 사실이면 대충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검찰 선후배 간 통화야 얼마든지 자유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보다 철저한 사실규명이 우선 있어야겠다. 만일 수사와 관련해 단 한 톨의 부정이라도 개입됐다면 엄정한 조치가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공교롭게도 지난달 초 퇴임한 최 전 지검장은 탈루 및 비자금 조성 혐의로 대대적인 수사대상에 오른 CJ 이재현 회장과 절친한 사이로 고려대 법대 동문이기도 하다. 더구나 최 전 지검장은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되다 뜻을 이루지 못하자 내부 관행에 따라 옷을 벗은 처지인데다 퇴임 전까지 1년 7개월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하며 현재 CJ그룹을 수사 중인 특수2부를 지휘해 온 입장이다.
최 전 지검장이 후배 검사들에게 문제의 전화를 한 것은 지난 21일로, 당시 수사 현장에는 7명의 감사가 나와 압수수색을 현장 지휘하고 있었다고 한다. 수사관 80여명이 동원돼 CJ그룹 본사, 제일제당 사옥, CJ연구소 및 인재원 등에서 동시다발로 컴퓨터 하드디스크, 회계장부, 내부 문건 등을 확보하던 중이었기에 참외밭에서 신발 고쳐 신은 이상으로 의심을 받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얽히고설킨 정황이 예사롭지 않은 때문이다.
최 전 지검장의 언급 내용은 구체적으로 알 수 없지만 그가 수사상황을 궁금해하면서 너무 무리한 압수수색을 자제해 달라는 말을 했다는 얘기까지 검찰 쪽에서 들린다. 더 꺼림칙한 것은 퇴임 후 외국에 머물던 최 전 지검장의 돌연 귀국이 CJ에 대한 수사 착수 시점과 같은 데다 귀국 후 CJ 이 회장을 음양으로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점이다. 변호사업 등록을 필한 최 전 지검장이 전관예우 등을 감안해 정상적으로 나선다고 해도 CJ 수사에 관심을 갖는 자체가 도리에 맞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최 전 지검장을 둘러싸고 이런 말이 나온다는 것은 본인은 물론 검찰이나 변호사 업계 전체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일반에 비친 검찰상은 긍정보다는 부정이 압도적일 것이다. 자정과 개혁의 목청을 내는 와중에 현직 검사 사무실 책상서랍에서 700만원의 현금다발이 들통 날 정도면 검찰을 제대로 볼 시선이 있겠는가. 검찰 쇄신차원에서라도 제기된 이번 문제에 대해 철저한 조사가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