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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프로메테우스의 불
불(火)은 인류의 운명을 획기적으로 바꾸어 놓은 최고의 선물이다. 인간은 불이 있었기에 요리를 하고, 추위를 물리치고, 농기구와 기계를 만들어 자연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었다. 그리스 신화에서 인간에 불을 가져다 준 신은 프로메테우스였다. 프로메테우스는 흙과 물로 인간을 빚었으나 아주 나약해 제우스로부터 불을 훔쳐 인간에게 주었다. 불을 가진 인간은 모든 동물을 제압하고 문명을 개척해 만물의 영장이 되었다. 하지만 신의 영역에 도전한 프로메테우스의 행위는 제우스를 격분시켰다. 제우스는 죽음보다 심한 고통으로 응징했다. 프로메테우스를 코카서스산 정상에 묶어 놓고 독수리가 그의 간을 쪼아먹도록 했다. 밤에는 간이 다시 돋아나지만, 낮이 되면 독수리가 날아와 다시 물어뜯도록 했다. 신만이 갖고 있던 불을 훔친 대가였던 셈이다.

원자력, 즉 핵(核) 에너지를 인간이 만든 ‘프로메테우스의 불’이라 부르는 것은 이런 양면성 때문이다. 원자력에는 ‘신의 축복’과 ‘악마의 재앙’이 함께 들어 있다. 실제 원자력은 인류를 에너지 고갈의 위기에서 구해냈지만, 러시아 체르노빌이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보듯 자칫 한 번의 사고가 엄청난 재앙을 가져왔다. 핵의 비밀을 제공한 아인슈타인도 “핵 에너지가 오랫동안 멋진 혜택이 되지 못할 것”이라며 핵 에너지가 축복이 아니라 위협이라고 경고(1945년 11월ㆍAtlantic Monthly)한 바 있다.

최근 불량부품을 사용한 신고리와 신월성 등 원자로가 잇따라 가동 중단되면서 불안이 커지고 있다. 지금 있는 핵발전 시설의 안전을 철저히 점검하고, 장기적으로 대체ㆍ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 신의 분노를 사지 않는 길일 것이다. 

이해준 문화부장/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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