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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새 단장한 국민경제자문회의, 기대 크다
이름값을 못하던 국민경제자문회의가 180도 가까이 변신했다. 29일 박근혜 대통령이 의장자격으로 첫 주재한 회의를 보면, 그 지향점부터 구성체는 물론이고 의제까지 그전과 격이 달랐다. 경제 분야 국정과제를 포괄하는 ‘위원회의 위원회’에 걸맞다.

이 회의체는 헌법에 명시된 명실상부한 최상위 대통령 자문기구다. 1987년 헌법 개정 때 설립규정을 뒀지만 만들어진 것은 이른바 ‘IMF 외환위기’직후 출범한 김대중 정부 때였다. 이후 경제 분야 정책자문으로 명맥을 유지해 오다 이명박 정부 때 그 기능이 몇으로 쪼개지면서 사실상 유명무실하다시피 했다. 정권에 따라 부침을 거듭한 끝에 이번에 제대로 새 단장을 한 셈이다.

특히 인적구성 면면을 보면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의 표현대로 40~60대 중심의 해당분야 베스트(최고)로 손색없다. 부의장으로 위촉된 현정택 인하대 교수의 경우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비서관에서 경제수석까지, 그리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을 지내 위기관리와 대응에 능하다는 평가다. 김대중 정부 초기 경제정책자문회의 발족 실무를 총괄했던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는 KDI 원장 경력도 공유하는 등 각별한 인연인 것으로 알고 있다. 향후 공조 역시 그래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정책적 선택 폭을 키우고 선제적 정책 집행 등 과감성이 요구되는 때다. 당장 우리 경제가 직면한 안팎의 도전과 과제를 냉철하게 직시하고 성장동력부터 찾아내는 것이 급선무다. 성장 없이는 복지도 없다. 박 대통령이 상견례를 겸한 첫 회의에서 근심과 함께 다양한 주문을 낸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급속으로 떨어지는 성장 잠재력을 지적하고 성실한 투자자들의 심리까지 위축시켜서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과도한 경제민주화 입법 움직임을 ‘휘둘러대는 방망이’로 표현하기도 했다.

이날 회의에서 KDIㆍ삼성경제연구소ㆍ맥킨지ㆍ골드만삭스가 공동작성한 ‘한국경제보고서’가 공개됐다. 2001~2010년 4.5% 수준이던 우리 경제성장률이 2011~2020년 3.6%, 2021~2030년 2.7%, 2031~2040년 1.9%로 급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20년 지속된 일본의 지독한 저성장보다 더 심각하다. 현재 진행형인 재정위기 여파에다 중장기적으로 노령화 대책에 통일비용까지 첩첩장막이다. 국민경제자문회의가 실무형 회의체답게 거시경제와 창조경제는 물론이고 민생 및 공정 분야까지 심도 있는 처방전을 내놓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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