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사설> 공공의료 운영 시스템 전반적인 점검을
경상남도가 29일 진주의료원을 폐업했다. 수백억원에 달하는 적자 누적과 방만 경영으로 회생 가능성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사정이 이런데도 노조는 경영이야 어찌됐든 외부 경영평가도 거부하며 내 밥그릇만 지키려 하니 병원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도 분명하다. 진주의료원은 2월 폐업 방침이 알려지면서 노조는 물론 정치권과 정부, 일부 의료단체와 시민단체, 심지어 여당까지 나서 말렸지만 누구도 홍준표 지사의 고집을 꺾지는 못했다.

진주의료원을 단지 수익성의 잣대로 존폐 여부를 결정한 것은 유감이다.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의료기관은 근본적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진료비가 싼 데다 일반 영리병원처럼 값 비싼 의료시설과 상급 병실 사용을 환자에게 강권하는 등 수익에 치중한 진료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진주의료원뿐만 아니라 34개 지방의료원 대부분이 적자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까닭이 대개 비슷하다.

이런 잣대로 재단한다면 살아남을 지방의료원은 거의 없다. 그런 점에서 진주의료원 사태는 공공의료 운영 시스템을 총체적으로 재점검하고 인식을 전환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공공의료원은 민간의료시설이 부족한 지역 주민들의 편의를 제공하고, 사회적 약자의 의료시설 접근성을 높이는 게 기본 역할이다. 당장 돈이 되지 않더라도 투자를 꺼리는 민간병원을 대신해 분만시설을 유지하고 국민질병관리의 지방 거점 역할을 해야 하는 게 이들이다. 국민 복지차원에서 이뤄져야 하는 만큼 재정이 취약한 지방정부에만 전적으로 맡길 수는 없다. 중앙정부가 적자 보전 등 일정부분 역할을 해줘야 지방의료원의 공공성을 유지하며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다.

물론 공공의료기관이라고 해서 무턱대고 세금에 기댄 운영을 해선 안 된다. 민간병원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의 의료서비스 경쟁력을 갖추는 등 경영 개선에 최대한 노력하고 모자라는 부분을 지원받는 게 순서다. 진료수입을 다 합해도 인건비조차 되지 않는 구조로는 경쟁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김천의료원 등 일부 지방의료원처럼 기능과 직무 중심으로 인력을 재배치하고 예산을 긴축 집행하는 등 뼈를 깎는 자구노력으로 만성 적자의 늪에서 벗어난 것은 좋은 예다. 물론 노조의 동참은 필수다. 정치권과 정부는 일이 터진 뒤에 감놔라 배놔라 하지 말고 관련 법을 어떻게 고치고 제도를 바꿔야 할지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토대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진주의료원 같은 사태가 또 일어나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