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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가족 세계여행 그 후
22년 동안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중1, 중3, 고1을 마친 자녀 3명과 세계여행에 나선 교사 부부가 있었다. 목표는 깨진 가족관계를 회복하는 것이었다. 이들 가족은 2008년 4월부터 1년 반, 545일 동안 아시아와 아프리카, 유럽, 남미, 북미 등 5개 대륙의 33개국을 여행했다. 진한 가족애도 쌓고 내면의 힘도 키웠다. 하지만 여행이 만병통치약이 아니란 것은 웬만한 사람은 안다.

이 가족의 여행 이후가 궁금했던 차에 그것을 소상히 담은 책이 나와 펼쳐들었다. ‘옥 패밀리 삼남매의 홀로서기 도전기’라는 부제를 붙인 <자녀독립 프로젝트>라는 책이었다. 순식간에 읽어내려갔다.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키우는, 고민이 많은 부모로서, 특히 이들 가족의 여행기를 읽고 큰 힘을 얻어 직장을 잠시 그만두고 가족과 함께 세계여행을 다녀온 사람으로서 이 가족의 삶이 궁금했다. 계속 헤매고 있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과, 잘 살아갈 것이란 기대감이 교차했다. 하지만 걱정은 기우였다.

그들은 여행을 통해 키운 끈끈한 가족애와 내면의 힘을 바탕으로 쑥쑥 커가고 있었고, 아름다운 가족을 만들고 있었다. 각자의 삶을 스스로 개척하는 데 가족이 든든한 지원자이자 버팀목이 되었다. 이들의 이야기는 책장을 넘길 때마다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이들의 이야기에 너무 몰입하면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아 일부 이야기의 클라이막스를 쓱 훑고 지나가기도 했다.

이들이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막내(아들)는 17세, 둘째(아들)는 19세, 첫째(딸)는 20세였다. 모두 검정고시를 통해 고졸 자격을 취득한 다음, 대학을 갈 것인가, 취업을 할 것인가를 놓고 가족회의를 했다. 먼저 취업을 시도하고 필요한 공부를 하자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취업을 위해 자격증이 필요했고, 이를 위해 학원을 찾았다. 기적과 같은 아이들의 변화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들은 자신의 목표를 향해 뚜벅뚜벅 나아갔다. “막내가 공부하고 시험에 합격하는 과정을 보면서 깨달은 점이 있다. 바로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필요로 하고 재미를 느끼는 분야에 대해서만큼은 어려움이 있어도 참고 견뎌낸다는 것”이라고 박임순ㆍ옥봉수 부부는 말한다. 귀국 후 3년이 지난 지금 이들은 각각 몇 개씩의 자격증을 보유하고 취직을 해 독립의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첫째는 휘트니스센터의 트레이너로, 둘째는 헬스케어기기 병역특례업체에, 막내는 회계사무소에 다니며 각자의 꿈을 위한 공부를 병행하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이 공부하고, 직업도 바꾸겠지만, 지금의 성취와 따뜻한 가족이 엄청난 자양분이 될 것이 분명하다.

높은 청년실업에 희망을 상실한 젊은이들이 넘치는 오늘날 이들의 이야기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행복이란 자신이 원하는 일, 즐거운 일을 하는 것이다. 교육이란 정해진 목표를 달성하도록 다그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키워주는 것이다. 이들 부부의 말대로 “교육은 속도가 아닌 방향이며, 진짜 필요한 것은 아이들에게 방향을 찾아주는 것”이다.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실현하고 있는 이들 가족에게 찬사를 보내며 이들이 우리사회의 새로운 희망가가 되길 기대한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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