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출범이 4일로 100일째가 된다. 임기 초반에 국정운영의 기틀을 잡아야 한다는 점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가 지나간 셈이다. 박 대통령이 기자간담회에서 고백했듯이 하루가 48시간이기를 바랐을 만큼 정부 전체가 숨 가쁘게 움직인 기간이었다. 정부조직 개편 논란으로 장관 인선이 지체되면서 정부 출범 자체가 늦어지기도 했지만, 북한의 무력도발 위협까지 겹침으로써 국민 모두가 마음속으로 조바심을 느꼈던 기간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동안의 정책추진 성과를 놓고 보면 썩 만족스러운 편은 아니다. 무엇보다 경제민주화와 복지정책 추진 방안을 둘러싼 내부 혼란으로 발목이 잡혔던 탓이다.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50~60% 선에서 그치고 있다는 사실이 그것을 말해준다. 그나마 한동안 하락했다가 다시 회복한 것이 이 정도이다. 지난주 최종 정리된 140개 국정과제의 공약가계부를 통해 비로소 정책 혼선이 정리된 듯이 여겨지지만 회복세가 더딘 경제 여건이 걸림돌로 남아 있다.
일단은 민생경제 분야에서부터 실마리를 풀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긴급 추경편성과 4·1 부동산 활성화 대책 및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이르기까지 여러 부양조치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효과가 아직 서민들의 피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일자리를 늘리고 내수를 살리기 위해서도 좀 더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손톱 밑의 가시’를 뽑는다고는 했으나 아직도 눈에 띄지 않는 잔가시들이 남아 있는지 두루 살펴보아야 한다.
기업 활동을 옥죄는 듯 한 지나친 간섭과 규제도 가급적 조속히 교통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제민주화 조치는 필요하지만 정상적인 시장 기능을 침해하면서까지 정부가 무리하게 개입하려 들어서는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창조경제를 이루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아울러 민주당의 김한길 대표가 라오스 탈북 청소년 북송문제와 원전 위조부품 사태 등을 거론하며 새 정부를 ‘뒷짐정부’라 평가한 이유에 대해서도 겸허한 반성이 필요하다.
소통 문제도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중요 사항을 결정하면서 주변 사람들의 건의를 두루 경청하는 자세가 더 요구된다는 얘기다.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고는 국정 난맥은 언제라도 또 야기될 수밖에 없다. 이제는 논란을 잠재우고 민생정책에 모든 역량을 집중시켜야 한다. 박 대통령의 표현대로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5년의 임기가 그렇게 긴 기간이 아님을 먼저 알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