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이수민은 2일 끝난 한 골프 대회에서 우승 경력이 적지 않은 프로 선배들을 줄줄이 제치고 리더보드 최상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수민은 “공격적인 플레이가 주효했다”고 했다.
배구 월드리그 조별리그에서도 대학생 전광인이 일본에 2연승하는 동안 두 경기 모두 팀내 최다 포인트를 기록했다. 전광인은 “내게 올라오는 공이 많을수록 기분이 좋다”면서 ‘즐기는 자’에겐 장사가 없음을 일깨웠다.
세 번째 웃은 아마추어 김정원은 골프 캐디이다. 그의 딸은 2일 끝난 KLPGA 대회 우승자 김보경 프로인데, 조그만 잡화 가게를 운영하던 골프 문외한인 그가 백을 멨다. 캐디는 코치이기도 한데, 그런 면에선 턱도 없는 자질일지도 모른다. 그는 프로들이 그들만의 프레임에 갇힐 때 꼭 필요한 경우, 상식과 그간 익힌 곁눈질로 조심스럽게 조언한다. 김정원은 딸의 우승 확정 직후 그 흔한 포옹도 않고 홀컵 뒤에서 눈시울을 붉혔다.
좌고우면하기 보다는 거침없이, 위축되기 보다는 즐기는 마음으로, 아마추어 다운 ‘순수’의 감각과 시선으로 임한 것은 원인이고, 승리는 결과일 뿐이다. 승리 방정식에다 방법을 맞춰가는 프로의 경기운영과는 조금 다르다.
아마추어리즘은 좋은 것이다. 사전을 보더라도 ‘스포츠를 생계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노력에 의하여 즐기기 위한 활동으로서 한다는 사고방식이나 태도’라고 나와있다.
배우 이시영이 본업 외에 복싱을 즐기면서 매진하다 몇 차례 우승하고 국가대표 선수까지 됐을 때, 그리고 디지털 시대를 맞아 저마다 본업을 가진 숱한 시민작가들이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들고나와 우리의 문학을 풍요롭게 만들어갈 때, 우리는 ‘아마추어리즘’이라는 ‘기분좋은’ 말을 쓴다.
노무현이 국정을 맡으니 보수진영에서, 박근혜가 집권하니 야권에서, 안철수가 금배지를 다니 사방에서, 비난하는 말로 이 신성한 용어를 잘못 쓰고 있다. 고교영어를 들이대어도, 미숙은 ‘unskilled’이고, 얼치기는 ‘by halves’이며 마구잡이는 ‘reckless’이지 ‘amateurism’은 아니다. 꼭 쓰고 싶거든 이승철 처럼 “우리는 세상이란 무대에선, 모두 다 같은 아마추어야”라고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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