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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아마추어리즘
아마추어들이 웃고 있다. 프로에겐 ‘미숙한 얼치기’로 비치는 그들이다. 일요일인 2일, 세 명이 한꺼번에 프로들 앞에서 웃었다.

대학생 이수민은 이날 끝난 한 골프대회에서 쟁쟁한 프로들을 제치고 리더보드 최상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수민은 “공격적인 플레이가 주효했다”고 했다.

배구 한ㆍ일전 2연승을 하면서 대학생 전광인이 두 경기 모두 팀 내 최다 포인트를 기록, 양국 프로들을 놀라게 했다. 그는 “내게 올라오는 공이 많을수록 기분 좋다”면서 즐겼다.

잡화상이던 김정원은 아마추어 골프 캐디. 5년 만에 2승째를 따낸 프로 골퍼 김보경의 아버지다. 곁눈질로만 골프를 익힌 그는 프로가 그들만의 프레임에 갇힐 때, 꼭 필요한 경우에만 조심스럽게 채를 골라준다고 한다.

좌고우면하기보다는 거침없이, 위축되기보다는 즐기는 마음으로, 아마추어다운 ‘순수’의 감각과 시선으로 임한 것은 원인이고, 승리는 결과일 뿐이다. 승리방정식에다 방법을 맞춰가는 프로들과는 조금 다르다.


아마추어리즘은 좋은 것이다. 사전을 보더라도 ‘스포츠를 생계수단으로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노력에 의하여 즐기기 위한 활동으로 여기는 것’이라고 나와 있다.

배우 이시영이 복싱을 즐기면서 매진할 때, 본업을 가진 숱한 시민 작가들이 솔직한 얘기를 들고 쏟아져 나와 우리 문학을 풍요롭게 할 때 우리는 이 기분 좋은 말을 쓴다.

노무현이 국정을 맡으니 보수 진영에서, 박근혜가 집권하니 야권에서 상대 비난용으로 이 용어를 쓴다. 완전히 틀렸다. 미숙은 ‘unskilled’이고, 마구잡이는 ‘reckless’이다. 꼭 쓰고 싶거든 이승철처럼 “우리는 세상이란 무대에선, 모두 다 같은 아마추어야”라고 하라. 

함영훈 미래사업본부장/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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