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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수급관리 실종된 채 시작된 전력대란
본격적인 여름 수요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전력 부족이 심각하다. 3일 서울지역 낮 최고 기온이 섭씨 28도에 불과했지만 예비 전력이 500㎾ 미만으로 떨어져 전력 경보 ‘준비’가 발령됐다. 한때 예비전력이 300만㎾대에 진입, 관계자들이 바짝 긴장하기도 했지만 주요 기관 집중 절전 덕에 곧바로 400만㎾대로 올라서는 등 종일 롤러코스터 상황이 이어졌다. 이런 상태로 7, 8월 전력 성수기를 버텨낼 수 있을지 걱정이다. 최악의 상황이라는 블랙아웃(대정전)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전력난은 엉터리 부품 사용이 들통나는 바람에 원자력발전 가동을 중단한 탓이 큰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다 설명할 수 없다. 근본적인 수급 계획 자체가 잘못됐기 때문이다. 전력은 통상 2년 단위로 중장기 수요를 예측해 수급 계획을 세우고 이를 토대로 발전소를 더 짓는 등 공급을 확대해 나간다. 문제는 이 예측치가 잘못되면 공급에 차질을 빚게 돼 전력난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지난 2006년에 전력당국이 예측한 2012년 최대 전력수요는 실제 수요와 10% 이상 차이가 난다. 원전으로 치면 7기를 풀가동해야 메울 수 있는 규모라고 한다. 원전 가동 중단이 없었더라도 전력난이 불가피했다는 얘기다.

전력난을 해소하려면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수요를 줄이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발전소 1곳을 짓는데 통상 7~10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당장 공급을 늘리기는 어렵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공급 계획을 치밀하게 세워 미래 수요에 대처해야 한다. 전기 공급이 끊어지면 국가 운영 시스템 자체가 전면 마비될 수밖에 없다. 국가안보 차원에서 빈틈없이 수급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원전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분명해야 한다. 근년 들어 부정적 시각이 확산되면서 원전은 입지선정 단계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론 눈치 보며 좌고우면할 게 아니라 분명한 원칙을 가지고 일관성 있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 주민들을 설득하고 보상과 안전에 대한 정부 보증 등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특히 최근 드러난 원전 비리 발본색원은 기본이다. 신재생에너지 집중 지원도 절실하다.

당장은 아껴 쓰는 것 말고는 도리가 없다. 하지만 절전만이 능사는 아니다. 수요의 20%도 안 되는 가정용 전기만 아끼라고 닦달할 게 아니라 산업용 전기요금 조정도 서둘러야 한다. 전력 당국의 전력 수요 예측이 크게 빗나간 것은 원가에도 못 미치는 값 싼 전기값 탓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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