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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국민안전종합대책 비웃는 4대惡 범죄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대선공약인 4대악(성폭력ㆍ가정폭력ㆍ학교폭력ㆍ불량식품) 척결에 초점을 맞춘 국민안전종합대책이 발표됐지만 코웃음 치듯 각종 악성 범죄가 더 활개를 친다. 참으로 가관인 것은 소방관이나 경찰지망 대학생 등 사회 안전을 도맡아야 할 이들이 범죄자로 둔갑하거나 범행에 가담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최근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신의 건물에 세든 여성의 방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했다 들통 났고, 하교하던 여고생에게 길을 알려달라며 차에 태운 뒤 성추행했는가 하면, 은행 현금인출기 위에 놓인 지갑과 현금 5만원을 가져간 혐의로 불구속 입건되기도 했다. 셋 모두 현직 소방관의 짓이다. 가출 소녀 2명에게 강제 성매매행위를 해 오다 적발된 2인조 범인 중 한 명은 모 대학 경찰행정학과 재학생이었다. 국민의 안전을 강조하는 마당에 눈과 귀를 의심케 하는 이런 기이한 범죄행각이 잇따른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 나사가 풀려 있다는 방증이다.

최근 대구 실종 여대생 변사 사건의 범인이 성범죄 전과자로 지하철 공익근무요원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것도 어이없다. 낮에는 지하철 안전관리자로 근무하면서 밤에는 주차관리 아르바이트를 하며 유흥가를 전전해 오다 결국 최악의 범죄행각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이런 자에게 시민안전을 맡긴 사회 시스템도 문제지만 범인 검거에 나선 경찰 수사는 그야말로 부실 그 자체였다.

또 하나, 전과 12범으로 1년여 동안 150여 차례나 강절도 행각을 벌여 온 탈주범이 보름이 넘도록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인 데도 속수무책이다. 수사 중에 수갑 찬 범인을 놓친 검찰(전주지검 남원지청)이 우선 질타를 받을 사안이지만 남원에서 정읍, 광주를 거쳐 서울로 파고들어 도피자금까지 마련하려 드는 기가 막히는 탈주행각이 영화처럼 벌어지는데도 경찰 수사망은 엉성하기 짝이 없다. 물론 검찰의 잘못을 수습해야 하는 경찰로선 못마땅하겠지만 범인 검거는 치안의 최우선 과제다.

이성한 경찰청장이 3일 탈주범 수사에 대해 ‘통신상의 애로사항’ 운운하며 대충 넘긴 대신 불량식품 단속 실적을 유독 자랑삼아 강조한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러니 범죄단속과 범인검거보다 손쉽고 평점 좋은 홍보전단 돌리기, 유튜브 동영상 제작배포, 불량식품 단속 등에 경찰력이 너무 쏠리다보니 치안공백이 발생한다는 지적을 받는 것이다. 치안마저 성과위주의 전시행정에 함몰되면 4대악은 더 날뛰게 되고 국민안전대책은 겉돌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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