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대한민국의 마지막 남은 도약의 기회가 인류역사상 최대인 스마트혁명의 마중물로서 창조경제라는 국가 비전의 정착에 있다고 믿는다. 창조경제는 이제 개념의 혼돈단계를 넘어 구체적 구현단계에 돌입해야 할 때다. 생명은 혼돈과 질서의 가장자리에서 탄생한다고 하지 않는가.
창조경제는 본질적으로 자율과 탈규제를 의미한다. 실패를 없애는 불패(不敗)전략이 아니라 실패를 통해 학습하고 새로운 혁신적 가치를 창출하는 필승(必勝) 전략에 기반하고 있다. 성공확률을 높이는 확률 우선 전략이 아니라, 확률은 낮더라도 성공의 기대값을 극대화하는 ‘기대값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창조성의 발현은 성공적인 하나의 아이디어가 아니라 실패로 끝나는 숱한 아이디어 속에서 피어나는 꽃과 같다. 실패가 없는 조직에서는 창조성이 없다고 단언해도 좋다.
한국의 모방추격자 전략에서 실패는 배제해야 할 나태함이었다. 실패자는 경멸받고 사회에서 쫓겨났다. 2000년 세계 최고의 기업가 정신을 가졌던 대한민국이 지금 OECD 최하의 청년 창업이라는 결과가 나타난 것이 단적인 예다.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실패에 대한 사회적 불관용의 결과다.
학생들은 정답을 맞추지 못하면 탈락된다. 엉뚱한 질문을 하는 학생들은 왕따가 된다. 신용불량의 공포는 청년들과 그 어머니들에게 창업을 회피하도록 만들었다. 창업자 연대보증 제도의 국가적 폐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창조경제에서 실패는 혁신으로 가는 필연이요 학습의 수단인 것이다.
리처드 플로리다가 창조사회의 특징으로 기술(Technology), 인재(Talent)와 더불어 관용성(Tolerance)이라는 3T를 강조한 이유다. 다양성과 개방성은 창조사회의 필요조건인 것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규제는 최소화돼야 한다. 모방경제에서는 하던 일을 반복하는 효율이 중요했다. 반복되는 일을 잘하도록 하는데 규제는 한 몫을 한다. 그러나 동시에 규제는 혁신을 저해한다. 반복되는 효율은 새로운 일을 하는데는 방해가 된다. 혁신경제에서 사전규제를 줄이면서 사후평가를 강화하는 것이 일반적인 이유다.
KTX 열차가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사전 표 검사는 하지 않으나, 부정 승차시 10배의 벌금을 물린다. 사전규제는 실패는 줄이지만 동시에 자율을 저해한다. 모든 규제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계절이 바뀌면 옷을 갈아 입어야 하듯규제는 본질적으로 한시성을 가지고 철폐돼야 한다.
그런데, 규제개혁과 행정개혁이 안되는 이유를 심층으로 들어가 보면 감사원의 감사제도가 있다. 개혁의 결과는 성공적일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잘못된 정책을 질책하고 불이익을 주면 다음 사이클에서는 모든 공무원들은 복지부동이 된다. 개혁이 자신에게 손해가 되는데, 굳이 나서서 문제 소지를 만들 이유는 없지 않은가.
규제개혁은 더욱이 심하다. 사전통제를 줄여서 문제가 발생하면 언론의 비판과 더불어 감사라는 질책을 받는다.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규제를 줄일 이유가 없는 것이다.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국정 과제 중 최우선 순위로 공무원들을 규제하는 감사원의 정책감사를 혁신해야 한다. 도덕적 해이는 당연히 감사의 대상이다. 그러나, 모든 정책을 감사원이 결과로만 평가하려 하면 혁신은 사라지고 규제는 강화된다.
5년 전의 상황을 지금 잣대로 판단하면 정책의 평가도 달라지게 된다. 이제 정책감사는 감사원의 업무에서 배제해야 한다. 도덕적 문제에 집중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감사원만의 문제는 아니나 지나친 실적주의도 이제 그만둬야 한다. 감사에 나서면 반드시 실적을 만들어 와야 한다면 현장의 감사원 직원들은 문제를 만들어야 한다. 이제는 감사 지적이 없으면 없는 것으로 끝내는 것이 창조경제 시대 감사제도 혁신이 아닌가 생각한다.
창조경제 구현은 감사제도 혁신에서 시작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