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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전력대란 초래하고도 한수원은 돈잔치
원전 부품 비리의 한복판에 서 있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도덕적 해이가 끝이 없다. 시험 성적을 조작한 엉터리 부품을 끼운 원전의 가동 중단으로 온 나라가 초유의 전력대란 위기에 빠져 있는데도 한수원은 최소 200%의 성과급을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력 공급 차질로 석유와 가스 등 비싼 연료로 전기를 생산하는 바람에 3조원 가까운 피같은 세금을 쏟아 부어야 할 판이다. 그러나 한수원은 아랑곳하지 않고 태연히 성과급 잔치를 벌이겠다는 것이다.

비단 올해만이 아니다. 원전비리가 본격 불거진 지난해에도 한수원 임직원들은 한 사람당 평균 1380만원의 성과급을 챙겼다. 그 전해에도 마찬가지다. 한수원의 경영과 청렴도 평가는 최하위 수준으로 제대로 성과급을 받을 수 없는 처지다. 그러자 평가와 상관없이 성과급을 받을 수 있도록 아예 내부 규정까지 고쳤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정작 기가 막히는 것은 비리로 퇴사한 임직원들에게도 거액의 퇴직금을 지급했다는 사실이다. 수억원의 금품과 향응을 받은 것이 확인됐지만 회사가 ‘파면’이 아닌 ‘해임’ 처분을 내렸기 때문에 퇴직금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들 중에는 재판에서 대가성이 인정돼 실형을 선고받은 직원들도 적지 않다. 범죄에 연루된 임직원은 파면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도 한수원은 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에 미리 ‘해임’시키는 꼼수로 퇴직금을 지급한 것이다. 이렇게 제식구를 감싸고도니 ‘원전 마피아’라는 말이 나오고 비리는 근절되지 않는 것이다.

공기업의 부실경영과 임직원의 부정ㆍ부패로 손실이 발생하면 그 부담은 결국 국민들 몫이다. 그런데도 비리 당사자가 성과급을 챙기고 퇴직금까지 받아간다면 사회 정의에도 맞지 않는다. 언제까지 공기업의 방만경영과 비리로 인한 손실을 국민 혈세로 메울 수는 없는 일이다. 공공기관 비리 임직원이 끼친 손실은 당사자가 배상하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성과급 규정도 더 투명하고 공정하게 손질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원전 비리의 책임을 물어 사임을 표명한 김균섭 한수원 사장을 면직했다. 그런 정도로 끝날 일이 아니다. 이번 사태로 한국형 원전의 신뢰에도 커다란 타격을 입었다. 요르단과 아랍에미리트 등 현재 진행 중인 해외원전사업의 차질은 물론 향후 수주에도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하다. 원전 비리의 파장은 이처럼 치명적이다. 사장 면직 수준이 아니라 한수원 자체를 해산하고 원전 운영 관리 시스템의 새 판을 짜야 한다. 우리 원전이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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