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34개국중 한국만 없어
민간조사원 업무 범위 최소화
1만여개 일자리 창출 효과
지하경제 양성화에도 도움
최근 고용노동부는 새로운 직업 500개를 발굴하고 93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기로 한 ‘고용률 70%’ 로드맵에 사설탐정을 공인직업으로 포함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아무리 새로운 직업이 생기고 일자리가 늘어난다 할지라도 그 유용성이 검증되지 않은 새 직업과 새 산업은 사회적 혼란을 가져올 소지가 있어 경계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사설탐정으로 상징되는 민간조사제도는 고대 영국에서 처음 태동한 이래 시대와 나라를 넘나들며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그 존재의 효용이 인정돼 오늘날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우리나라를 제외한 33개국은 일찍이 제도적으로 정착시켜 국가기관의 치안 능력 보완과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한 재판 기능 보강에 활용하고 있음은 물론, 명실상부한 탐정문화의 형성과 함께 ‘산업(Industry)’으로까지 발전하고 있음을 볼 때 이번 고용부의 사설탐정 법제화 필요성 제기는 매우 시의적절한 판단으로 높이 평가될 일이라고 본다.
탐정은 소송 절차에서 증거를 중심으로 공판을 진행하는 당사자주의(當事者主義)를 원칙으로 하는 미국ㆍ영국 등 선진국에서 특히 발달한 제도로, 이는 탐정이라는 비권력적 사실조사 서비스가 소송 당사자의 입증활동에 매우 효과적으로 기여해왔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미국ㆍ영국과 같이 당사자주의 소송구조를 강화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증거자료를 수집ㆍ제공할 사실조사 대행 시스템이 없어 소송 당사자 모두가 증거에 갈증을 느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어렵고 힘든 일에 직면한 국민이 직접 증거를 찾아나서기에는 생업과 전문성 결여의 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궁여지책으로 찾는 곳이 음성적 흥신소(심부름업자)들이며 이들은 수임에서부터 조사의 수단ㆍ방법 등에 의뢰자와의 밀약만 있을 뿐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특성상 그 행태가 가히 충격적인 경우가 많다.
이렇듯 오늘날 법제 환경의 변화와 생활의 복잡 다양화로 점증하고 있는 사실관계 조사ㆍ확인 등의 증거 수요가 더는 무통제ㆍ무납세 지하업자들에게 분별없이 맡겨지는 만성적 폐해를 민간조사업(탐정) 공인화로 그 역할이 적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이자 시대적 요청이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의 탐정 도입 논의는 15대 국회(1999년) 때부터 공론화돼 여러 차례 입법을 시도하다 2011년 개인정보 유출 및 도용을 막기 위한 개인정보보호법을 선행시켜 사생활에 보호막을 친 다음 19대 국회에 들어와 2건의 유사 법안이 본격 검토되고 있다. 이는 공히 민간조사원의 업무 범위를 최소화한 포지티브식 입법형태를 취하고 있어 네거티브 방식을 취하고 있는 외국의 탐정제도에 비해 업태의 건전성과 제도적 안정성이 확보되는 등 졸속 입법의 우려는 거둬도 좋을 듯하다.
특히 탐정(민간조사업)은 우리 역사상 처음 탄생하는 직업으로, 국가자격시험에 합격한 자라면 진입 장벽 없이 바로 개업 또는 취업이 가능할 뿐 아니라 군ㆍ경 퇴직자 및 20~30대 미취업자, 부녀자 등의 일자리에 적합하다는 평가와 함께 관련 연구소 등에서는 시행 초기 1만여개를 웃도는 일자리가 창출되고 지하 직업 양성화에 따른 세수 증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번에도 지난 18대 국회에서처럼 탐정에 대한 막연한 편견과 오해에 따른 특수 직역(職域)의 유ㆍ불리나 소관청을 둘러싼 부처 이기주의로 입법이 더는 지체되는 일이 없기를 많은 국민은 갈망하고 있다.